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자발적인 인적 청산 요구에 친박계 핵심 중진들의 반발이 거세다. 인 위원장의 자진 탈당 요구가 자신들을 집중 겨냥하고 있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친박계 맏형인 서청원 의원은 2일 당 소속 의원 전원에게 보낸 입장문에서 “절차도 무시한 채 인위적으로 몰아내는 것은 올바른 쇄신의 길이 아니다”며 강력 반발했다. 서 의원은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주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은 인 위원장이 먼저 사퇴하라”고 역공까지 가했다. 친박계 좌장인 최경환 의원 역시 “한 사람 남을 때까지 당을 지키겠다”고 못박아 자진 탈당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특히 서 의원의 거센 저항은 지난 4ㆍ13총선 당시 공천 학살을 주도한 친박계에 대해 피를 토하듯 절규하던 비박계의 항의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그 때와는 여러 모로 경우가 다르다. 총선 참패 이후 새누리당의 쇠락과 분당,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 과정에 정당 민주주의를 짓밟고, 맹목적으로 계파주의에 매몰됐던 친박계가 져야 할 책임은 매우 크다. 그럼에도 책임을 지는 이 하나 없이 버티고, 버티다가 외부에서 영입한 당 비대위원장으로부터 탈당 압박을 받는 지경에 이르러 절차를 운운하고 있다. 국민에게 책임 회피 인상만 더 해주고 있을 따름이다. 더군다나 인 위원장은 친박 핵심인사에 대해 강제적인 퇴출을 요구하고 있는 게 아니라 책임 질 인사들이 스스로 자각해 행동해 달라는 뜻이니 절차를 따질 계제도 아니다.
서 의원은 평소 의리를 중시해 왔다. 당의 최고 원로 의원으로서 새누리당과의 의리, 당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정치적 용단을 내려야 마땅하다. 그것만이 스스로에 대한 명예를 지키는 일인 동시에 새누리당이 희망의 빛을 조금이라도 되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이정현 전 대표가 책임을 통감하며 당을 나온 마당에 공동 책임을 져야 할 친박계 맏형과 좌장이라는 사람들이 버젓이 버티는 새누리당에 지지와 신뢰를 보낼 국민은 아무도 없다.
지금 새누리당은 친박계 두 핵심 인사가 자진 탈당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데 따라 또 한 번의 내홍 조짐이 일고 있다. 친박계가 조직의 힘을 앞세워 인적 쇄신을 요구하는 인 위원장을 몰아내기는 매우 쉬운 일이다. 인 위원장 또한 자신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8일 거취를 결정할 것이라고 배수진을 쳤다. 인 위원장이 쇄신에 실패해 물러나는 일이 벌어진다면 이는 곧 새누리당의 완전한 몰락을 재촉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친박계는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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