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ㆍ재선 각각 모임 갖고
“상징적 소수 의원들은
인적 쇄신 수용 불가피”
친박, 대응 카드 없어 고심

새누리당 친박계가 인적 쇄신을 요구하는 인명진 비대위원장의 잇단 초강수에 속수무책으로 밀리는 모양새다. 앞서 개혁보수신당(가칭)과의 분당 국면에서 사실상 친박계 손을 들어줬던 초ㆍ재선 의원 상당수가 이번에는 인 비대위원장 쪽에 가세하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새누리당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이들이 적어도 서청원ㆍ최경환 의원만큼은 당을 위해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친박계 핵심의원들의 설 자리가 더 좁아지고 있다.
다급해진 친박계는 3일 정갑윤 의원과 이인제 전 최고위원, 김관용 경북도지사 등 중진급 인사 3명을 인 위원장에게 보내 인적 청산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세 사람은 분당 국면에서 친박 모임인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 공동대표를 맡았다. 하지만 인 위원장은 회동 직후 기자들과 “의원직을 내놓으란 것도 아니고 탈당하라는 정도”라며 기존 입장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소속 의원 99명의 약 75%(74명)에 달하는 초ㆍ재선 의원들이 친박계 핵심들과 선을 긋는 모습이다. 심지어 친박계 세력의 핵심 축이었던 재선 의원들도 이날 오찬 회동을 통해 “무분별한 인적 청산은 곤란하지만, 상징적 의미가 있는 소수 의원들은 인적 쇄신을 수용하는 게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선 그룹은 30명 대부분이 친박계로 분류되는 데다 이장우ㆍ김태흠ㆍ김진태 의원 등 강성 친박계가 다수 포진하고 있다. 한 재선 의원은 “혁신의 첫 과제부터 무산된다면 당의 존립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컸다”며 “언론에서 언급하는 10명까지는 아니더라도 약간 명은 탈당 등 자기희생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인 위원장과 이날 잇따라 회동한 원외 당협위원장들과 초선 의원 그룹도 인 위원장에 힘을 보탰다. 원외 당협위원장들은 회동 후 성명을 내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혁신적 환골탈태를 위해서는 당을 이끌고 정부 요직을 맡았던 분 등이 최우선으로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성명에는 전체 원외 당협위원장(124명)의 절반이 넘는 70여명이 동참했다. 박찬우 의원은 전체 초선 의원 44명 중 21명이 참석한 회동 후 가진 브리핑에서 “당 지도부의 혁신 방향에 대해 공감을 표시하고 적극 지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 중진과 초ㆍ재선 의원, 원외 당협위원장 등을 통해 인 위원장에 대한 전방위 압박을 가하려던 친박계는 오히려 화살이 자신들에게 향하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친박계 입장에선 인 위원장의 인적 쇄신 요구에 맞설 마땅한 카드가 없는 것도 고민이다. 현재로선 인 위원장이 스스로 사퇴하거나 전당대회를 열지 않는 한 사실상 당 대표 권한을 쥐고 있는 인 위원장을 자리에서 끌어내리는 것은 쉽지 않다. 여권 한 관계자는 “탈당 요구를 받고 있는 친박계로서는 절차적 문제를 지적하며 버티는 방법이 유일하다”며 “하지만 이 경우에도 인 비대위원장이 사퇴를 예고한 만큼 추가 탈당 사태로 새누리당이 공중분해 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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