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싱데이’를 지배하는 팀이 시즌을 제패한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오랜 속설이다.
박싱데이는 크리스마스 다음날인 12월 26일을 뜻하는 말로 과거 영연방 국가에서 이날을 휴일로 삼고 영주들이 주민들에게 선물상자(box)를 주는 것에서 유래 했다고 전해진다. EPL 팀들은 이 기간 동안 1주일 사이에 3경기를 치르는 강행군을 소화해야 한다. 박싱데이에 1위를 달리는 팀이 그 해 타이틀을 차지한 적이 많아 우승팀을 가늠해볼 수 있는 바로미터로 통한다.
올 시즌 박싱데이에 가장 돋보인 팀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다. 맨유는 3일(한국시간) 웨스트햄 원정에서 2-0으로 승리했다. 전반은 0-0으로 비겼지만 후반 들어 후안 마타(29)의 선제골과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36)의 쐐기 골로 승점 3을 챙겼다. 박싱데이에 치른 3경기를 모조리 쓸어 담으며 최근 6연승으로 상위권 순위 다툼에 지각 변동을 몰고 왔다. 같은 날 맨체스터 시티(맨시티)도 번리를 2-1로 제압했다. 반면 2위 리버풀은 18위 선덜랜드와 2-2로 비기며 주춤한 상황이다.
EPL 상위권 순위표는 더욱 촘촘해졌다.
최근 13연승 행진 중인 첼시가 16승1무2패(승점 49점)로 여전히 선두를 굳게 지키고 있는 가운데 2위 리버풀(44), 3위 맨시티(42), 4위 아스날(40), 5위 토트넘(39), 6위 맨유(39)의 순이다.
박싱데이 주간의 마지막 경기가 4일과 5일 열리는데 축구 팬들의 관심은 5일 벌어질 토트넘과 첼시의 맞대결에 쏠려 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첼시의 우세가 예상된다. 영국 더 선에 따르면 첼시는 박싱데이에서 선두를 기록한 네 시즌에 모조리 EPL 정상에 오른 좋은 기억이 있다. 만일 이 경기에서 첼시가 이기면 14연승으로 단일 시즌 최다연승 신기록까지 세운다.
하지만 첼시를 제외한 상위권 모든 팀들은 토트넘이 첼시를 잡아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래야만 첼시의 독주에 제동을 걸 수 있기 때문이다.
토트넘 손흥민(25)이 첼시전에 선발 출전할 지도 관심이다. 손흥민은 현재 리그 6골(시즌 7골)로 또 다른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기성용(28ㆍ스완지시티)의 역대 아시아 선수 한 시즌 EPL 최다골(리그 8골ㆍ2014~15시즌)에 바짝 다가선 상태다. 2골을 몰아칠 경우 기성용 기록과 타이를 이룰 수 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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