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기일부터 심리 진행
헌법재판소가 3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을 열었지만, 박 대통령이 불출석해 9분 만에 마쳤다. 헌재는 박 대통령에게 다음 기일(5일)을 통지하고 출석요구서를 보냈다. 그러나 박 대통령 측은 “(앞으로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출석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어서 당사자 없는 대리인들의 공방이 예상된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재판장 박한철 소장)는 이날 오후 2시 서울시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제1차 변론기일을 열었지만 당사자인 박 대통령이 불출석해 변론을 종결했다. 재판을 진행한 박 소장은 “피청구인이 출석하지 않았으므로 헌법재판소법 제52조 1항에 따라 변론을 연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차 기일에도 대통령이 출석하지 않으면 헌재는 그대로 심리를 진행할 수 있다.
이날 변론기일은 헌재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방청을 신청한 200명 중 추첨된 44명과 현장에서 신청한 10명 등 시민 54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됐다. 박 대통령의 불출석이 예고돼 기일 연기가 예상된 가운데서도 120석 정도 좌석은 상당부분 찼다. 박 소장은 개정 직후 모두 발언을 통해 “이 사건이 우리 헌법질서에 가지는 엄중한 무게를 깊이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가 의결돼 우리 헌법이 상정하고 있는 기본적 통치구조에 변동을 초래하는 위기상황을 잘 인식하고 있다”면서 “대공지정(大公至正ㆍ아주 공정하고 지극히 바름)의 자세로 엄격하게 심리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소추위원단 측에는 이미 제출한 증거 목록이 각각 어떤 사실을 증명하기 위한 것인지 밝히고 증인별 신문 예상시간도 제출하라고 했다. 헌재는 5일 오후 2시 청와대 안봉근ㆍ이재만 전 비서관을, 오후 3시에는 윤전추 행정관과 이영선 경호관에 대한 증인신문을 이어간다. 오전에는 양측 대리인이 제출한 증거목록 등을 정리한다.
헌재는 제3차 변론기일인 10일 ‘최순실 게이트’ 핵심 증인 3인방인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와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을 신문한다. 소추위원단 측은 오전에 정 전 비서관을, 오후에 안 전 수석과 최씨 순으로 신문하겠다는 의견을 재판부에 전했다. 권성동 소추위원장은 변론기일을 마친 뒤 “검찰 수사기록을 검토한 결과 정 전 비서관은 공소사실에 대해 대체로 자백을 하고 안 전 수석도 대통령에게 지시 받은 내용을 소상하게 진술하고 있어 신문이 수월하게 진행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소추위원단은 이날 박 대통령이 1일 기자들과 가진 신년간담회 발언 전문 및 관련 보도, 최씨가 박 대통령의 의상을 고르는 모습이 담긴 ‘의상실 영상’ 등 5건을 재판부에 증거로 추가 제출했다. 소추위원단 대리인 황정근 변호사는 “탄핵소추 사유에 대한 직접 증거는 아니지만, (신년간담회 발언 중에) 추천을 받아 인사를 했다거나 KD코퍼레이션(정유라씨의 초교 동창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회사)을 언급한 내용이 간접 증거는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측은 이날 대리인단에 송재원 변호사를 추가하고 헌재에 대리인 선임장을 추가로 제출했다. 대리인단 규모는 늘었지만 수명재판부가 석명권을 행사한 ‘세월호 7시간’ 행적에는 아직도 답을 내놓지 못했다. 대통령 대리인 이중환 변호사는 변론기일 직후 가진 언론 브리핑에서 “5일까지 제출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자신을 못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1일 기자들과 가진 신년간담회에 대해서도 “사전에 연락 받지 못했다”고 했다. 박 대통령이 앞으로 출석할지에 대해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아마 안 하실 것 같다”고 했다.
첫 변론기일에는 권 소추위원장과 이춘석ㆍ손금주ㆍ박주민 의원 등 소추위원단 4명과 황정근ㆍ신미용ㆍ문상식ㆍ이금규ㆍ최규진ㆍ김현수ㆍ이용구ㆍ전종민ㆍ임종욱ㆍ최지혜ㆍ탁경국 변호사 등 소추위원 대리인단 11명이 출석했다. 대통령 측에서는 이 변호사와 전병관ㆍ배진혁ㆍ서석구ㆍ손범규ㆍ서성건ㆍ이상용ㆍ채명성ㆍ정장현 변호사 등 9명이 나왔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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