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이휘재(44)가 ‘비매너’ 진행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연말 ‘SBS 연기대상’과 ‘KBS 연예대상’에서 드러난 그의 미숙한 진행에 시청자들의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이휘재는 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자신의 계정에 “모든 게 제 과오이고 불찰”이라며 “저의 욕심으로 인해 벌어진 모든 일들에 대해 거듭 사과 드린다”는 글을 올렸다.
이휘재는 4년 연속 SBS 연기대상의 MC로 일했고, KBS 연예대상 진행도 처음이 아니다. 그럼에도 그의 말과 행동은 시청자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그가 진행하는 KBS2 여행 예능프로그램 ‘배틀트립’ 시청자게시판에 그의 하차를 요구하는 글이 쇄도할 정도로 시청자들은 분노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논란과 비판이 이휘재 개인의 잘못에서 비롯됐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
지상파 방송사의 연말 시상식은 매년 잡음을 일으켜왔다. 언젠가부터 ‘연기대상’ 시상식은 평일 미니시리즈와 주말극 등으로, ‘연예대상’은 버라이어티나 뮤직토크쇼 등으로 부문을 나눠 후보자를 선정하고, 여기에 남녀 성별까지 구분해 ‘상 잔치’를 벌이고 있다. 공동 수상까지 남발해 고루 ‘나눠주기’ 시상식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게 한 두 번이 아니다. 상이 지닌 명예나 권위가 떨어지는 건 당연하다.
방송사가 자초한 일이다. 방송사는 연예인들의 참석률을 높이기 위해 “상 줄 테니 시상식에 나와달라”고 하소연하는 처지가 됐고, 수상에서 제외된 연예인들은 불참하는 ‘전통’이 만들어졌다. 이런 유쾌하지 못한 모습은 시상식 과정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상 받을 사람만 참석하는 시상식을 4시간 가까이 무리하게 편성해 방송하는 무리수를 뒀다. 그 길고 긴 시간을 채우는 건 MC들의 몫이다. 각 방송사 소속 아나운서보다 재치와 위트를 겸비한 예능인들이 마이크를 독차지하고, 시상식에 ‘시간 때우기 용’ 발언이 난무하게 됐다.
SBS 연기대상의 경우도 밤 9시부터 새벽 1시가 넘게 이어졌다. 이휘재는 ‘재량’을 마음껏 발휘했다. 점퍼를 입고 있는 성동일에게 “PD인가, 연기자인가, 형님은 배우시죠?”라고 말하고, 가수 장기하와 열애 중인 아이유에게 “(배우 이준기와의 사이를)계속 의심하겠다”고 언급한 것도 모자라 조정석에겐 연인인 가수 거미에 대한 얘기를 끄집어 내려 했다. 이휘재가 만약 “방송사가 맡긴 대로 재미있게 진행하려 한 것뿐”이라고 항변하면 방송사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진행 솜씨를 인정해 4년 연속 그를 중용한 게 SBS 아닌가.
최근 방송 관련 시상식을 보면 감동이나 재미, 긴장감을 찾기 어렵다. 누구나 예상 가능한 연예인들이 상을 받고, 수상의 기쁨을 만끽하려 소감을 길게 하면 “빨리 끝내라”며 독촉하는 모습이 어느 방송사, 어느 해나 판박이처럼 닮았다. 무엇을 위해 연말 시상식을 4시간 동안 생방송으로 진행하는 지 의문이 들 수 밖에. ‘의미 없는’ 시상식은 이제 그만 두는 것은 어떨까. 굳이 강행해야 한다면 녹화 뒤 편집기술을 발휘해 재미를 더하는 게 낫다. 의미 없고 재미 없는 4시간 생방송 시상식이 존속하는 한 ‘이휘재 참사’는 언제나 재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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