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 커제 9단
백 박영훈 9단
<장면 7> 박영훈은 1999년 열네 살에 프로에 들어왔다. 그때는 ‘해가 지지 않는 제국’ 이창호 전성시대였다. 열 살 위인 이창호는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지닌 ‘돌부처’이고 귀신 같은 끝내기 솜씨를 지닌 ‘신산(神算)’이었다.
초등학교 때 박영훈은 어린이대회에 아닌, 전국 아마대회에 나가 아저씨 강자들을 꺾고 우승을 휩쓴 ‘어린 왕자’였다. 숫자를 갖고 따지고 노는 걸 좋아했다. 타고난 숫자 감각이 바둑에 스며들어 남다른 특기를 갖췄다. ‘신산’에 버금가는 솜씨로 ‘소신산(小神算)’으로 통한다.
1985년생 동갑내기 박영훈, 최철한, 원성진은 10대까지는 ‘송아지 3총사’로 하나였다. 같이 놀 때는 친구여도 승부 앞에서는 지기 싫은 맞수였다. 20대에 들어 저마다 세계대회 우승을 한 번씩은 했다. 30대를 넘어선 지금도 세 사람 이름은 한국 10강 안에 있다.
박영훈은 집을 차지하는 바둑을 좋아한다. 그가 공격하는 흐름이라면 형세가 불리할 때라 봐도 된다. 상대 세력을 조금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원펀치’ 원성진과 ‘올인보이’ 최철한과는 바둑관이 다르다.
***
박영훈은 백1로 뛰고 느긋했다. <참고 1도> 흑1을 기다렸다. 그때 준비한 수가 있었으니 백2 붙임. 흑이 영문을 모른 채 눈뜨고 맞았다면 무척 아팠을 것이다. <참고 2도> 흑5에 이어야 할 때 백6에 막아 만든 집이 크다.
커제는 예상 밖으로 흑2에 붙였다. 박영훈은 어림없다며 백3으로 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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