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인식 WBC 대표팀 감독/사진=임민환 기자
[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국민감독'에게 새로운 도전의 한 해가 밝았다.
김인식(70) 감독은 오는 3월 열리는 제4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사령탑을 맡아 더욱 분주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금메달, 2006년 WBC 4강, ·2009년 WBC 준우승, 2015 프리미어12 우승 등 수 차례 굵직한 성과들을 내온 만큼 '국민감독'에게는 이번에도 많은 기대가 쏠린다. 최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 기술위원회 사무실에서 김인식 감독을 만났다.
◇"국제 대회? 내가 운이 좋았다"
-WBC를 준비하며 새해를 맞이했다.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시기다. 부상 선수도 나오고, 피치 못할 사정으로 명단을 바꿔야 하는 것도 있고. 2월6일까지 최종 엔트리를 내야 하는데 그 안에 어떻게 될지가 문제다. 선수들이 잘 관리를 했으면 좋겠다."
-'김인식 감독'에 대한 기대치도 높다.
"감독이 다하는 건 아니니까.(웃음) 감독도 그 때 그 때 잘 해야겠지만, 어느 정도 멤버가 돼야 하지 않나. 야구라는 게 많은 돈을 주고 좋은 선수를 데려오는 건 결국 전력을 강화시키려는 것이다. 단기전 승부라는 건 운도 따라야 하고, 순간에 이뤄지는 걸 맥을 잡아야 하는 것도 있고, 예상하지 못했던 선수가 해주는 것도 있고, 하지만 매번 그런 게 있을 수는 없는 것이고…, 결국 전력이 강해야 우세하다는 건 야구에선 틀림이 없다."
-국제 대회 지휘봉을 잡을 때마다 좋은 성적을 냈다. 비결이 있나.
"특별한 비결은 없다.(웃음) 갈 때마다 선수들이 잘 했다. 내가 운이 좋은 것 아닐까.(웃음)"
-이번 WBC 대표팀에 대해 세대교체가 안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표팀은 장기전으로 상대팀과 많은 경기를 하는 게 아니다. 한두 번의 경기로 승부가 끝난다. 장기 레이스라면 육성할 선수도 기용할 수 있겠지만 그게 아니다. 세대교체라는 것도 신인과 중간, 고참 선수들이 어울려 이뤄져야 하는 거다. 싹 바꿔서 하는 건 사실상 어렵다. 능력이 있는 고참 선수를 나이 때문에 제외하는 것도 잘못 아닌가. 자연스럽게 바뀌는 게 가장 좋다."
◇"800만 시대? 이 때 정말 잘 해야 한다"
-2016년 프로야구는 각종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아마추어 때부터 프로까지 옆에서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 가르치는 사람도 기술만 가르쳐선 안 된다. 자기관리라는 건 인터뷰 하나에서부터 외부 사람들과의 만남, 대화까지도 모두 포함된다. 어릴 때부터 교육이 필요한 부분이다."
-여러 악재 속에서도 KBO리그는 2016년 관중 800만 시대를 열었다.
"이 때 잘 해야 한다. 어떻게 보면 선수도, 지도자도 다 거품이 껴 있다. '800만' 이야기를 하지만 하루 아침에 잘못 될 수도 있다. 야구를 얼마나 깊이 있게 볼 수 있는 팬들이 많아지느냐도 중요하다. 지난 11월 일본에서 일본 대표팀과 멕시코, 네덜란드의 평가전을 봤는데 금요일인데도 도쿄돔이 가득 차더라. '우리가 만일 이 시기에 쿠바와 평가전을 한다면 경기장아 다 찰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게 다 맞아야 궤도에 오르지 않겠나."
-궤도에 오른다는 건.
"제일 중요한 건 구단 사장, 단장부터 제대로 돼야 한다. 그러려면 야구를 잘 알고, 10년 이상은 구단에 있어야 한다. 이겨도 보고, 져도 보고, 욕도 먹어보고. 그런 걸 다 겪어봐야 어떻게 가야 되는구나를 안다. 전력이 좋아 몇 년 이기면 사장이나 단장은 자기가 잘 해서 이기는 줄 안다. 가르치는 사람도 역시 그렇게 느끼고. 하지만 2, 3년만 하다 프런트가 바뀌는 경우가 많아 사장, 단장이 골수팬들보다 모르는 경우도 있다. 거기부터가 문제다. 기업도 나름대로 사정이 있겠지만 프로야구를 하는 것이라면 10년 이상 밀어줘야 하지 않나. 그래야 노하우도 생길 수 있다. 지금은 (경험이 짧은 사장과 단장이) 밑에 사람들 이야기만 듣고 일을 하다 보니 거품도 더 생기는 것이다. 언론도 10년 이상의 전문 기자가 있어야 한다. 이런 것도 보고 저런 것도 보고 하면 기사 쓰는 것도 더 신중해지지 않겠나."
-KBO리그를 보며 가장 걱정 되는 점을 꼽는다면.
"투수가 안 나온다. 10여 년 이상 안 나오고 있다. 마운드에 올랐을 때 상대에게 '저 투수 정말 싫어' 라고 느끼게 하는 투수가 안 나온다. 한두 명이라도, 몇 년에 한 번씩이라도 나와야 하는데 그게 안 된다. 선수들의 자질도 중요하지만 가르치는 사람들도 문제가 있지 않겠나. 요즘은 눈에 띄는 투수들이 없다. 류현진(30·LA 다저스)과 김광현(29·SK) 이후로는 없는 것 같다."
-눈에 띄는 선수들이 안 나와서인지 선수 몸값은 계속 오른다.
"선수가 몇 명 없으니까. 잘 하는 선수가 필요한 데 없으니까. 여러 명이 있으면 (금액이) 치솟겠나. 스트라이크존(이 좁아서 투수가 안 큰다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그건 아니라고 본다. 투수가 약한 것이다. 투수가 형편 없다. 외국인 타자들도 실력이 부족한 타자들이 많다. 그런 데도 한국 투수들이 약하니 통하는 거다. 투수가 너무 약하다. (2016시즌) 3할 타자가 40명이 되는 게 말이 되나."
◇"야구는 내 인생의 동반자"
-태극마크는 감독에게도 특별한 의미가 될 텐데.
"물론이다. 처음 감독을 맡게 된 후 계속 걱정이다. 주변에서는 다들 무슨 걱정이냐고 할 것이다. 하지만 14년 동안 큰 대회를 다 해봤지만 매번 순탄치가 않았다. (WBC 전까지) 나머지 기간에는 더 이상의 문제가 생기지 말아야 하는데."
-김응용(76)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과 김성근(75) 한화 감독은 70세가 넘은 나이에 현장에 복귀했다. 프로야구 감독으로 돌아오고 싶은 마음은 없나.
"나 뽑아주나? 뽑아주면 해야지.(웃음) 20승만 더하면 통산 1,000승(현재,2,057경기 980승 45무 1,032패)이 되긴 한다. 그건 개인적인 부분이긴 하지만. 어떨 때 보면 그런 생각도 든다. 남들도 내가 (감독)하는 걸 보면 시원치 않아 보이겠지만, 나도 (다른 감독들을 볼 때) 그런 게 보일 때가 있다."
-김인식 감독에게 '야구'란 무엇인가.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해왔으니까 생각해보면 내 인생의 동반자다. 그런데 결국은 어려운 것이다. 어렵지, 굉장히 어려워. 처음엔 모른다. 어느 정도 가지 않으면 모르는 것이다. 패배도 해봐야지, 이기는 것만 해도 모른다. 이기다가도 많이 지면 (끌고 나갈 방향이) 헷갈리는 것이다. 양쪽을 다 경험해 봐야 한다."
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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