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인위적으로 몰아내는 건 문제, 인명진 체제 갈아엎자”
서청원, 인명진 만나 “내가 나가는 것으로 마무리 짓자”
인명진 등 지도부 ‘서청원 탈당으로는 부족’입장
데드라인 6일까지 충돌 격화 땐
인명진-친박 둘 중 하나 당 나갈 수도
이정현 새누리당 전 대표가 2일 탈당을 선언했지만 ‘인명진 비대위원장 발’ 친박계 인적 청산을 둘러싼 일촉즉발의 전운은 여전하다.
이 전 대표의 탈당은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게 인 위원장을 비롯한 당 지도부의 분위기다. 실명은 거론하지 않고 있지만, 적어도 친박 맏형 격인 서청원 의원, 경제부총리를 지낸 최경환 의원, 막말 논란을 빚은 김진태 의원 등의 거취 표명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맞서 친박계는 인위적인 인적 청산을 고집하면 인 위원장 체제를 갈아엎을 수밖에 없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 위원장이 6일까지 탈당하라고 데드라인을 정한 만큼 주말쯤 인 위원장과 친박계 중 어느 한 쪽은 당을 나가야 하는 치킨게임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인 위원장을 영입한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시무식에서 “비대위원장과 운명을 같이 하겠다”고 말했다. 친박 핵심들이 인 위원장의 탈당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인 위원장과 함께 원내지도부도 동반사퇴 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하지만 친박 핵심들은 꿈쩍 하지 않았다. 최경환 의원은 이날 대구시ㆍ경북도당 신년회에서 “마지막 1인이 남을 때까지 새누리당을 지킬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친박 핵심 홍문종 의원도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당에서 인민재판하는 식으로 사람들을 집어서 ‘어떻게 해라’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했다.
특히 친박계는 내부적으로 인적 청산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 의원은 지난달 25일 인 위원장을 만나 적절한 시기에 자신이 탈당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선에서 친박계 인적 쇄신을 마무리하자는 의사를 전달했지만 인 위원장이 이후 공개한 인적 청산 요구를 보면 ‘서청원 탈당’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친박계의 판단이다.
서 의원은 이날 의원들에게 돌린 입장자료를 통해 “인적 쇄신이나 책임지는 자세를 부정하지는 않지만, 그 방식과 형식은 민주적인 절차에 의한 것이어야 한다”며 “임기가 3년도 넘게 남은 국회의원들을 절차도 무시한 채 인위적으로 몰아내는 것은 올바른 쇄신이 길이 아니다”라고 반발했다. 그는 이어 “지난 성탄절(지난달 25일)에 조찬 자리에서 맏형으로 제가 대표로 책임지고 탈당할 것이니 탈당 시기는 나에게 맡기고, 다른 분들은 처음 약속을 지키라고 하니 인 위원장이 ‘그렇게 하셔야지요’라며 흔쾌히 동의했다”고 주장했다. 인 위원장에게 인적 청산은 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받고 비대위원장 선임을 거들었다는 것이다. 친박계 관계자는 “1일 친박계 의원 회동에서 결국 비대위원장 체제를 갈아엎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대상포진 악화로 병원 입원 중이던 인 위원장은 3일 당무에 복귀한다. 이날 정갑윤 의원과 이인제 전 최고위원 등 친박 핵심은 물론이고 당내 초ㆍ재선 의원과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인 위원장과 인적 청산 수위를 놓고 차례로 면담을 가질 예정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일각에선 인 위원장과 정 원내대표가 사퇴하면 그야말로 당이 파국을 맞는 것이어서 막판에 적절한 명분을 앞세워 절충점을 찾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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