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 특혜 입학 등 의혹 당사자
삼성 지원 계약·국외재산 연루도
최순실 압박카드로 수사 급물살 기대
정씨가 덴마크에 소송 제기 땐
수개월에서 1년 이상 걸릴 수도
‘비선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씨 딸 정유라(21)씨의 신병이 2일 확보됨에 따라 박영수(65) 특별검사팀이 정씨를 최대한 빨리 국내 송환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이화여대 특혜 입학의 당사자이자 최씨 측과 삼성 간 지원계약의 대가성 여부를 밝힐 주요한 고리라는 점에서 정씨 조사는 필수다. 혐의 대부분을 부인하는 최씨 입을 열게 할 압박 카드도 될 수 있어 특검 수사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된다.
이화여대 특혜 입학·학사관리 의혹에 대해 학부모인 최씨만이 아니라 당사자인 정씨 역시 조사 대상이다. 특검팀은 ▦이화여대가 2015학년도 입시 때 체육특기생 대상 종목을 늘리면서 승마를 포함한 점 ▦입학과정에서 입학처장이 ‘금메달을 가져온 학생을 뽑으라’고 말한 점 ▦원서 마감 이후에 획득한 금메달이 서류 평가에 반영된 점 등 정씨의 특혜입학 정황을 다수 확보했다. 교육부 감사결과에 따르면 정씨는 면접 중 “금메달 보여드려도 돼요”라고 묻는 등 이미 특혜 입학이 거래된 사실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특검팀은 앞서 발부 받은 체포영장에 특혜 입학에 따른 업무방해 혐의를 적시했다.
또한 정씨는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도와주는 대가로 삼성 측이 220억원을 지원한다는 뇌물성 지원계약 의혹과, 국외재산 도피에도 연루돼 있다. 삼성으로부터 지원금을 건네받은 독일회사 비덱스포츠도 최씨와 정씨가 100% 지분을 소유하는 등 다수의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한 재산은닉 혐의도 받고 있다.
다만 정씨를 당장 국내로 불러들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몇 가지 변수가 있다. 특검팀이 지난달 27일 인터폴에 정씨의 적색수배를 요청했지만 아직 발령이 안 된 상태여서 덴마크 경찰이 정씨를 무한정 구금해 놓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만약 적색수배 발령 전 정씨가 풀려날 경우 범죄인인도청구는 물론 신병을 다시 확보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덴마크 경찰이 정씨를 체포한 혐의는 처음에 불법체류라고 알려졌으나 특검팀이 수사 중인 다른 범죄혐의가 체포의 근거가 됐다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특검팀 관계자는 “아직 정씨의 여권 효력이 상실되지 않은데다 여행이 자유롭고 비자 연장도 쉬운 유럽연합(EU)의 사정상 덴마크 경찰이 불법체류 혐의만으로 체포했다고 보긴 어렵다”며 “덴마크 경찰이 인터폴을 통해 우리가 수사 중인 정씨의 혐의를 사전에 인지한 후 체포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이 경우 덴마크 측의 협조로 조기 송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빨리 정씨가 국내 송환되는 길은 덴마크 당국이 불법체류 등의 혐의로 정씨를 강제추방하는 것이지만 이는 덴마크 당국에 달려있다.
그러나 정씨가 추방을 포함한 덴마크 측 처분에 소송을 제기할 경우 수 개월에서 1년 이상 시간이 소요될 수도 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공범으로 수사 대상에 올랐던 유씨 장녀 섬나씨가 2014년 5월 프랑스에서 체포됐지만, 이런 식으로 아직도 한국 땅을 밟지 않고 있다. 정씨는 독일에서 현지 검찰의 신병 확보 등에 대비해 현지 변호인을 선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유씨의 최측근 김혜경씨의 송환 성공 전례를 기대하고 있다. 김씨는 미국에 잠적하고 있다가 현지 경찰에 체포, 한달여만에 강제추방돼 국내로 송환됐다. 김씨가 별다른 이의 제기가 없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규철 특검 대변인이 “자진귀국이 최선”이라고 말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다만 정씨의 신병이 확보된 것만으로도 특검팀은 최씨의 진술 태도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달 국회 국정조사특위가 연 구치소 비공개 청문회에서 딸의 얘기가 나오자 울음을 터뜨리는 등 최씨가 보인 모습을 볼 때 딸의 체포 소식에 심경의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최씨가 지금까지는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 입을 닫고 있었겠지만, 앞으로는 대통령보다는 딸을 지키기 위한 모습을 보일 공산이 크다”고 관측했다.
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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