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한 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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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시는 시신경이나 망막 혹은 각막 같은 안구의 구조에 문제가 없음에도 시력이 떨어진 상태다. 안경으로 교정해도 정상 시력이 나오지 않는다. 시력 측정표에서 양눈 시력이 두 줄 간격 이상으로 차이 나는 경우다.
약시는 전 인구의 2~2.5%가량이 겪는 것으로 추정된다. 약시 원인에는 사시, 굴절부등, 굴절이상 외에 백내장과 안검하수 같은 기질성 변인이 작용한다. 약시는 만 10세 이전에 치료해야 하며 치료시기가 빠를수록 성공률이 높아진다. 시기를 놓치면 평생 시력장애, 입체감 및 거리감각 상실 증세를 겪는다. 만약 정상시력인 안구를 다쳐 시력을 잃게 되면 양 쪽 눈을 모두 사용하지 못하는 불행한 사태가 일어난다.
요즘 어린이는 야외활동 시간이 짧아 눈 성장에 필요한 단백질부족이 생기며 몸이 성장할 때 눈의 길이가 과다하게 늘어나 근시 발생 빈도가 높아진다. 또한 학업량 증가 및 컴퓨터와 스마트폰 과다 사용으로 근시 또는 내사시가 발생하면 약시의 원인이 된다.
양눈이 한 물체를 볼 때 시선이 똑바르지 못한 사시도 약시를 일으키는 주 원인이다. 사시가 있는 어린이는 눈부심 증상을 많이 호소한다. 아이 눈의 시선이 바르지 않다고 생각되거나 눈부심이 유달리 심해 한쪽 눈을 찡그리면 즉시 안과에서 검진을 받는 게 중요하다.
얼마 전, 대한안과학회가 약시 치료 시기별 완치율을 발표했다. 만 4세부터 치료한 환자군은 평균 95%의 완치율을 보였다. 만 8세에 치료를 시작한 환자군은 완치율이 23%에 머물렀다. 만 8~9세가 되면 아이 시력은 거의 완성된다. 물론 8세가 넘어 치료를 시작해도 일정 효과가 있으므로 지레 포기함은 금물이다.
치료 원리는 의외로 간단하다. 최대한 ‘시력이 나쁜 쪽 눈을 더 많이 사용하도록 만드는 것’이 원칙이다. 어린이는 약시 있는 눈보다 시력이 좋은 눈으로만 보려 한다. 이를 교정하여 약시 있는 눈을 최대한 사용하게 만드는 게 핵심이다.
약시가 없는 눈을 가려주는 ‘가림치료’, 시력이 좋은 눈에 조절 마비제를 넣거나 안경도수를 조절하여 잘 보이지 않게 해주는 ‘처벌치료’가 사용된다. 그 중 가림치료는 약시치료에 매우 유용하다.
가정에서 자녀가 약시인지 알아보는 쉬운 방법이 있다. 아이의 한 쪽 눈을 번갈아 가린 후 행동을 면밀히 관찰해 본다. 만약 한 쪽 눈에 약시가 있고 정상인 눈을 가린 상태라면 잘 보이지 않아 울거나 보채고, 눈가리개를 떼버리려 하거나 움직이는 물체를 따라가지 못해 불편해 한다. 이런 증상이 발견되면 즉시 안과 전문의의 진료와 상담을 받아야 한다.
‘몸이 천 냥이면 눈이 구백 냥’이라는 속담이 있다. 그만큼 눈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되어도 모자람이 없다. 만 4세 이전의 안과 검진은 자녀의 밝고 맑은 미래를 열어주는 길이다. 만 4세의 골든타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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