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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정유년, CEO들은 ‘성장’을 돌파구 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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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정유년, CEO들은 ‘성장’을 돌파구 삼다

입력
2017.01.0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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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불황 속 현상 유지보다

성장 102회 언급, 난국 타개 의욕

‘성장.’

2일 새해 업무를 시작한 주요 대기업의 총수와 최고경영자(CEO)들이 올해 사업 방향과 전략을 밝힌 신년사를 통해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다. 전 세계적 경기 불황과 저성장 늪에 빠진 한국 경제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현상 유지’나 방어적 전략을 취하기 보다 기업의 본질인 ‘성장’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성장하는 기업만이 치열한 경쟁과 환경 변화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일보가 이날 신년사를 발표한 정몽구(현대자동차) 최태원(SK) 구본무(LG) 신동빈(롯데) 권오준(포스코) 허창수(GS) 김승연(한화) 조양호(한진) 손경식(CJ) 이웅열(코오롱) 서경배(아모레퍼시픽) 그룹 회장과 황창규 KT 회장,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등 최고경영자(CEO) 20명의 신년사를 분석한 결과, ‘성장’이 102회로 가장 많이 언급됐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20명의 기업인들이 평균 5차례씩 강조한 셈이다. 이어 변화(88회)와 경쟁(61회)이 그 뒤를 이었다. 변화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혁신(59회) 미래(50회) 문화(35회) 등도 CEO들이 강조한 단어들이었다.

정몽구 회장 사상 최대 목표 제시

최태원ㆍ구본무ㆍ신동빈 회장 등도

패기ㆍ치열함 등 유독히 강조

변화ㆍ경쟁ㆍ혁신 언급 뒤이어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올해 현대ㆍ기아차의 판매 목표를 825만대로 제시했다. 지난해 목표였던 813만대 보다 12만대 올려 잡은 것으로, 사상 최대치다. 현대차는 지난해 창립 이후 처음으로 판매 목표량을 전년보다 낮춰 잡았지만, 2년 연속 판매량이 목표치를 밑돌았다. 그럼에도 더 높은 목표를 제시한 것은 ‘성장’하지 못하는 회사는 도태될 수 밖에 없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정 회장이 목표 달성을 위해 내건 키워드는 ‘내실 강화’와 ‘책임경영’이었다. 정 회장은 “외부 환경변화에 민첩ㆍ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연간 10개 차종 이상의 신차 출시를 통해 시장의 요구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최태원 SK 회장은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신년회에서 올해 경영 방침을 ‘딥 체인지(질적인 변화)를 통한 새로운 가치 창출’로 정하고, 혁신과 패기를 강조했다. 그는 “새해 덕담을 ‘새해 복 많이 만듭시다’로 바꿔야 한다”며 “변화와 혁신을 위해 구성원들이 패기로 무장하고, 경영시스템과 사업모델을 혁신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최근 SK하이닉스와 SK이노베이션이 각 3조원씩 투자하도록 결정하고 해외 영업 조직을 전면 배치하는 등 혁신을 실천하고 있다.

구본무 LG 회장은 사업구조의 혁신과 정도 경영을 주문했다. 구 회장은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새해 인사모임에서 “새로운 경영 환경에서 과거의 성공방식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객이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며 “정정당당한 실력을 바탕으로 성과를 창출하는 정도경영의 문화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성 속에서 생존을 위해 치열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올해는 구조조정을 완성하고, 미래 성장 기반을 다지는 한 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허창수 GS 회장은 “경영환경이 불확실할수록 과감한 투자를 통해 수익기반을 다변화하고 새로운 사업기회를 발굴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승연 한화 회장은 “어려운 경영 환경에서도 오늘의 안정과 내일의 성장을 위해 혁신의 강도를 더욱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은 “과거에 얽매이면 성장은 물론 생존도 보장할 수 없다”며 “혁신을 통해 체질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야만 한다”고 주문했다.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은 “임직원 모두가 모진 바람에도 꺾이지 않는 굳센 풀인 ‘질풍경초’(疾風勁草)가 되길 바란다”며 “변화와 혁신은 고되고 힘들지만 슬기롭게 극복하면 100년 기업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갤럭시노트7의 단종 사태를 겪은 삼성전자의 권오현 부회장은 “지난해 치른 값비싼 경험을 교훈 삼아 올해 완벽한 쇄신을 이뤄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별도의 신년사를 발표하지 않았고, 지난해 10월 등기이사로 등재된 이후 처음 열린 시무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한준규 기자 manbok@hankookilbo.com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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