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실질심사 출석해 밝혀
“김경숙(전 이대 체육대학장)이 최씨 모녀 보내
연구실에서 1분간 만나… 인사도 안하고 가”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 딸 정유라(21)씨에게 성적 특혜를 준 혐의로 긴급체포된 이화여대 융합콘텐츠학과장 류철균 교수 측이 “김경숙 전 이화여대 체육대학장이 ‘정씨를 잘 봐주라’고 (류 교수에게) 세 번 얘기했고, 최씨와 정씨를 류 교수에게 보내기도 했다”며 특혜를 주는 과정에 김 전 학장의 입김이 있었음을 폭로했다. 김 전 학장은 지난달 열린 ‘최순실 게이트’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학점 부여는 교수 개인의 권한”이라며 학점관리에 개입한 적 없다고 증언한 내용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라 파장이 예상된다.
류 교수 변호인 구본진 변호사는 2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성창호 영장전담부장판사 심리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해 “김 전 학장이 ‘정씨가 입학 이후 정윤회씨 딸이라는 이유로 왕따를 당해 우울증에 걸렸으니 학교에서 잘 도와주라’는 취지로 류 교수에게 얘기했다”며 이와 같이 밝혔다.
구 변호사는 “김 전 학장은 지난해 4월 류 교수에게 ‘(최씨와 정씨가) 지금 가고 있으니 만나주라’고 했다”며 “류 교수는 학장이 보냈으니 할 수 없이 (최씨와 정씨를) 한 1분 동안 만났다”고 말했다. 이때 최씨와 정씨는 청탁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연구실에 들어오고 나갈 때 류 교수에게 인사도 하지 않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어 “(김 전 학장과 최씨가) 친한 관계인 것 같았다. 류 교수에게 ‘(최씨) 인상이 어떻드나’라고 묻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교수 승진과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학장이 부탁했기 때문에 들어줄 수 밖에 없었다는 입장을 강변했다.
김 전 학장이 말 맞추기를 시도한 정황에 대한 주장도 나왔다. 류 교수 측은 “교육부 감사 때 김 전 학장이 류 교수에게 전화해서 ‘난 체육특기자를 봐주라고 한 것뿐이라고 진술했다’고 말해, 류 교수도 그 취지에 맞춰 진술했다”고 밝혔다. 더구나 김 전 학장은 “나는 단순히 잘 봐주라는 부탁을 한 건데 교수님들이 근거도 없이 그렇게 했나 보다”라고 성적 특혜 책임을 교수들에게 미루는 말을 해왔다고 류 교수 측은 전했다.
한편 대리시험 의혹을 받고 있는 정씨 답안지가 이 날 국회에서 공개됐다. 류 교수가 2015년 1학기 개설한 ‘영화 스토리텔링의 이해’과목에서 정씨 이름으로 제출된 답안지이다. 정씨는 당시 독일에 체류 중이었고 류 교수는 조교를 시켜 정씨 답안을 대리 작성하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입수한 답안지에 따르면 정씨는 14개 문제 가운데 10개를 맞춘 것으로 기록 돼 있다. 김 의원은 “이 시험에서는 수업을 듣지 않고서는 정답을 제시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많았지만 (수업에 출석도 하지 않은) 정씨는 대부분 정답을 기재한 것으로 돼 있다”고 밝혔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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