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비엔날레 관련 자료 확보
윤장현 시장 “김종 前 차관 외압”
일각선 김기춘 전 실장 배후설도
윤 시장 조사 불가피 관측 나와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박영수(64) 특별검사팀이 2014년 정부 외압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풍자한 홍성담 작가의 걸개그림 ‘세월오월’이 광주비엔날레에 전시되지 못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에 나서면서 외압의 구체적인 주체가 밝혀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재)광주비엔날레는 세월오월이 2014년 9월 5일부터 11월 9일까지 ‘터전을 불태우라’는 주제의 광주비엔날레 20주년 특별전인 ‘광주정신展’에 전시작으로 선정됐다가 철회된 것과 관련한 자료를 특검팀에 제출했다고 2일 밝혔다. 광주비엔날레 측이 이날 특검팀에 건넨 자료는 2013년 특별전 기획 단계와 큐레이터 선임, 세월오월 전시작 선정, 홍 작가의 작품 자진 전시 철회 등의 과정을 알 수 있는 자체 생산 문서와 참고 자료 등이다.
앞서 특검팀은 지난달 30일 광주비엔날레와 문체부에 세월오월 전시 작품 선정 및 전시 무산과 관련한 자료를 임의 제출해 줄 것을 요구했다. 특검팀은 세월오월의 전시 무산 과정에서 문체부 관계자 등의 외압이 있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오월 작품의 전시 무산을 둘러싼 정부 외압설은 지난해 11월 윤장현 광주시장이 외압의 배후로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을 지목하면서 불거졌다. 당시 윤 시장은 “2014년 8월 중국 출장 중 김 전 차관한테서 전화를 한 번 받았고, 김 전 차관과의 전화 통화가 전시 철회에 영향이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전 차관이 이를 강력 부인한 데다, 최근 윤 시장의 한 지인도 “윤 시장이 2년 전 중국 출장에서 돌아온 날(8월 8일) 밤 윤 시장에게 세월오월 전시 기조가 바뀐 데 대해 물었더니, ‘기춘대감(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전화가 왔는데 어떻게 하냐’고 말했다”고 폭로하면서 외압 주체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윤 시장은 여전히 “김 전 차관과 전화 통화를 했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세간의 이목은 김 전 실장에게 쏠리고 있다. 지난해 8월 숨진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남긴 비망록에는 김 전 실장이 “홍성담 배제 노력하고 제재 조치 강구할 것”(2014년 8월 8일)이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는 데다, ‘우병우팀, 허수아비 그림(광주) 애국단체 명예훼손 고발’(8월 7일), ‘광주비엔날레 개막식에 걸지 않기로-광주시장’(8월 8일)등의 기록까지 나와 외압성 전화를 건 사람이 김 전 실장일 개연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 세월오월 그림은 그 해 광주비엔날레 전시가 취소되고 홍 작가 역시 보수단체들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발 당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선 “윤 시장이 처음엔 김 전 차관에게 전화를 받고 거부했다가 나중에 김 전 실장이 다시 전화를 걸어와 전시 철회를 요구하자 어쩔 수 없이 수용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2014년 8월 당시엔 윤 시장이 6ㆍ4지방선거와 관련해 사전선거운동을 벌인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던 터였다.
이 때문에 특검 수사의 불똥이 윤 시장에게 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외압 실체 규명을 위해선 윤 시장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검팀이 광주비엔날레와 광주시 관계자 등을 조만간 불러 사실 관계 등을 파악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광주비엔날레 관계자는 “세월오월 전시와 관련해 정부로부터 직접적인 외압을 받은 것은 없다”며 “다만 광주시로부터 (압력이라면)전시를 해서는 안 된다는 전화는 받은 게 있다”고 말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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