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로 인한 경제난으로 위기에 몰린 베네수엘라 주민들이 극심한 치안불안과 ‘범죄와의 전쟁’을 진행 중인 군대의 위협에 못 이겨 브라질 등 인접국으로 대거 탈출을 감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30일(현지시간)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이 초래한 식량난과 구직난으로 베네수엘라의 범죄율이 더욱 치솟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갱단은 물론 과거 차베스 정권이 조직한 민병대원들마저 납치, 약탈, 밀수 등 범죄에 눈을 돌리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컨설팅업체 베리스크 메이플크로프트가 산정한 ‘2016 세계범죄지수’에서도 198개국 가운데 7위를 기록, ‘최고 위험’ 등급으로 분류됐다.
더구나 치안 유지를 위해 긴급 투입된 병력이 오히려 베네수엘라 전역에서 주민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갱단을 검거한다는 명목으로 군이 주민들을 무작위로 연행하고 있어서다. 최근 군에 끌려간 주민 13명이 시신으로 발견된 바를로벤토 지역에서는 생존자들이 군 막사에서 무자비한 폭행과 전기고문을 당했다고 NYT에 증언하기도 했다. 시민단체 베네수엘라 인권교육행동 프로그램(PROVEA)은 지난해 600여 명이 군에 의해 희생됐으며, 대부분 무고한 민간인들이었다고 주장했다.
베네수엘라 군대가 정부로부터 넘겨받은 식량권을 이용해 부정축재를 일삼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AP통신은 1일“국민은 영양실조로 죽어가고 있지만 군은 식량 밀거래를 통해 막대한 부를 챙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식품을 둘러싼 불법행위는 이미 베네수엘라 공직사회 내에 만연해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군인들 외에도 로돌포 마르코 토레스 식품부 장관과 세관 관계자 등이 식품업체로부터 고액의 리베이트를 받은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한 전직 장성의 입에서는 “요즘은 마약보다 식량이 더 나은 비즈니스”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에 따라 희망을 잃은 베네수엘라인들의 엑소더스(대탈출)가 더욱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베네수엘라를 떠나는 주민들은 주로 육로를 이용해 쉽게 탈출할 수 있는 브라질 국경도시들로 몰리고 있다. 브라질 정부 관계자는 “매달 1,000여명의 베네수엘라인들이 이 지역에 유입되고 있으며, 특히 병원에서 베네수엘라 출신 환자 수가 급격히 늘었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는 “악화되는 베네수엘라 사태가 주변국의 난민 문제와 인도주의적 위기로 파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유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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