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트한 차량이 자연재해 때문에 침수됐더라도 운전자가 자차보험을 가입하지 않았다면 차량을 빌린 운전자가 손해를 일부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자차보험은 사고로 본인 차가 손상됐을 때 본인이 가입한 보험을 통해 이를 수리할 수 있는 보험상품을 말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2단독 이진성 판사는 렌터카업체 A회사가 박모씨를 상대로 낸 차량수리비 등 청구소송에서 박씨에게 1,133만원을 배상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고 2일 밝혔다.
박씨는 지난해 8월 1박 2일간 20만원을 내고 BMW 차량을 빌려 제주시에서 운전을 하던 중 때마침 내린 집중호우로 도로가 침수되면서 엔진이 멈추는 사고를 당했다. A사는 사고로 수리비와 견인비 등 2,267만원의 손해가 발생하자 박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박씨는 천재지변으로 도로가 침수돼 난 사고라 과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당시 박씨는 자차보험과 차량손해면책 제도 모두 가입하지 않은 상태였다. 차량손해면책 제도는 자차보험과 성격이 비슷하지만 보험사가 아닌 렌터카 업체들이 만들어서 운영한다. 렌터카 업체가 고객에게 수수료를 받아 일정금액을 적립했다가 사고가 발생했을 때 수리비에 쓰는 방식의 유사보험이다.
이 판사는 “당시 집중호우가 내리고 있었지만 박씨가 차량을 무리하게 운행했고 앞에 다른 차량들이 도로침수로 멈춰있는 상황을 알고 있음에도 운행을 계속한 것으로 보인다”며 “박씨는 도로침수 지역을 우회하거나 차량을 길가에 정지시키는 등 손해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전혀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자차 무보험 차량 임대에 임차인의 면책범위를 넓게 해석하면 차량 임차인들의 도덕적 해이를 초래할 수 있는 동시에 차량대여업자의 부담이 부당하게 늘어나게 된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다만 이 판사는 집중호우가 근본 원인으로 작용한 점을 들어 박씨의 책임을 50%로 제한해 손해배상액을 산정했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