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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용 “단돈 10원 비리도 근절…범법자들 야구계 영구 퇴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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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용 “단돈 10원 비리도 근절…범법자들 야구계 영구 퇴출해야”

입력
2017.01.02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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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용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제공
김응용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제공

한국 야구는 위기 때마다 ‘어른’을 찾았다. 지난해 사상 첫 800만 관중을 돌파한 프로야구의 인기에 취해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낸 도덕 불감증은 “언제 다시 썰렁한 관중석으로 되돌아갈지 모른다”는 위기론을 끄집어냈다. 본보는 정유년 새해를 맞아 야구 원로 중에서도 최고의 명장으로 한국 야구사의 중심에 서 있는 김응용(76)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을 강남구 도곡동 사무실에서 만나 한국 야구의 ‘내일’을 물었다.

김 회장은 한국 야구 역사에서 유일하게 감독으로 은퇴식(2015년 올스타전)을 치른 인물이다. 1970년대 실업야구 한일은행의 거포로 활약한 뒤 한일은행 감독을 거쳐 프로야구 해태, 삼성, 한화에서 사령탑을 역임했다. 빨강 유니폼의 해태 왕조를 구축하며 9번의 우승을 일궜고, 라이벌 삼성의 사령탑으로 스카우트돼 2002년 삼성의 한국시리즈 무관 한까지 풀어줬다. 감독 출신으론 최초로 삼성에선 6년간 구단 사장까지 역임했고, 칠순이 넘은 나이에 한화에서 마지막 현역 복귀 꿈까지도 이룬 그는 아쉬울 것도, 미련도 없었다. 야구학교 총감독으로 새싹들을 뒷바라지하며 남은 야구 인생을 보내려던 그는 “후배들의 끈질긴 요청을 거부할 수 없었다. 마지막 봉사라는 각오로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 출마를 결심했다”고 떠올렸다.

“40년 만에 돌아온 아마야구…하이에나 무리 같았다”

김 회장은 지난해 11월30일 통합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회장 선거에 출마해 이계안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정치인과 기업인 출신 수장들의 득세 속에 협회의 복마전과 내홍에 환멸을 느낀 야구인들의 힘이었다. 특히 대한야구협회는 사무국 비리 문제가 불거지면서 지난해 3월 대한체육회의 관리단체로 전락했다. 난세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야구계의 큰 어른이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고, 그렇게 김 회장은 지인들의 권유를 받아들여 선거에 출마했다.

당선 후 임시 총회와 임원 인선 준비로 정신 없이 한 달여를 보낸 김 회장은 “프로야구가 출범하기 전에 실업연맹 재무이사로 일한 적이 있다. 40년 만에 다시 와서 본 아마추어 야구는 서로 물어뜯는 꼴이 하이에나 집단 같았다”고 쓴 소리를 던졌다. 그는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게 파벌”이라면서 “정말 야구를 위해 일할 사람들과 함께 할 생각이다. 철저하게 인재를 기용해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길 경우에는 즉시 조치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승부조작 선수 퇴출은 물론 팀도 해체해야

김 회장은 작심한 듯 쏟아냈다. 그는 “사람은 정직해야 한다는 걸 절실히 느꼈다”면서 “부정도 많고 심판 문제, 입시 비리 등 문제가 너무 많았다. 앞으로 야구인이고, 협회 임직원이고 단돈 10원의 비리라도 적발될 때는 야구에서 영원히 떠날 각오를 해야 한다. 무조건 퇴출시킬 것”이라고 못박았다.

승부조작으로 얼룩진 프로야구에 대해서도 김 회장은 단호했다. 그는 “대만, 일본, 미국프로야구도 그렇고 우리도 성장통이라고 볼 수 있지만 이제는 팬들이 용서 못한다. 한 번 겪은 일을 두 번 겪으면 야구팬들에게 외면당할 수 있다”면서 “승부조작으로 하루 아침에 몰락한 대만프로야구를 반면교사로 삼아 더욱 철저한 교육이 필요하다. 하루 이틀 교육으로는 안 되고 전지훈련에 가서 24시간 야구만 할 것이 아니라 5시간 이상 교육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도 철저하게 조사해 승부조작이 나오면 선수 퇴출은 물론이고 구단도 해체해야 한다”고 수위를 높였다.

국가대표 전임감독제 도입, 오승환 WBC 출전 허용을

인터뷰 도중 KBO 기술위원장으로 같은 건물에서 일하고 있는 김인식(70)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감독이 방문하자 김 회장은 자연스럽게 화두를 돌렸다. 김 회장은 “2017년 WBC, 2018년 아시안게임이 있고, 2020년엔 올림픽에도 야구가 다시 들어간다”면서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국가대표 전임 감독제를 도입해야 하고, 전임 코칭스태프를 만들어서 최소 3, 4년 후까지 대비해야 한다. 임시 방편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해외파 차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김인식 감독을 보며 김 회장은 “오승환(35ㆍ세인트루이스)이 도박 사건에 연루됐지만 한국에서 법적인 처벌을 받았으니 국가대표로 뛸 기회는 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승환은 김 회장의 말처럼 사법 처벌은 이미 받았다. 하지만 KBO 징계를 아직 소화하지 못했다. KBO는 지난해 1월 오승환에게 ‘KBO리그 복귀 시 한 시즌 50%(72경기) 출장 정지’ 처분을 내렸고 이 때문에 아직 징계를 치르지 않은 오승환을 대표팀에 뽑아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강했다. KBO가 엔트리에서 오승환을 제외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김 회장은 “야구팬의 한 사람으로 WBC에서 오승환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늘 최고의 자리에서 추대만 받았던 김 회장에게 ‘출마’는 낯선 경험이었다. 공약과 정견 발표를 준비하고 유세를 통해 선거 운동을 벌였다. 오죽했으면 선거 당일 “한국시리즈 7차전보다 더 떨린다”고 표현했을까. 김 회장은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게 창피하고 부담스러웠지만 후배들에게 보답하는 길은 한국 야구의 밑거름인 아마추어 야구의 부활 토대를 마련해 놓고 그만두는 것”이라면서 “프로와 아마추어는 같이 살고 같이 죽는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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