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계좌 순유입 41만건
신한은행 40만건, 기업은행 32만건
국민ㆍ우리ㆍ씨티은행 등은 순유출
“사용 뜸한 계좌는 해지가 이득”
재작년 10월 도입된 은행간 계좌이동 서비스를 통한 계좌 이동 건수가 1년 남짓 만에 최근 1,000만건을 돌파했다. 자동이체 연결 계좌를 한 은행에서 다른 은행으로 옮기는 제도인 만큼, 은행들로선 고객 계좌를 서로 뺏고 빼앗기는 치열한 다툼이 불가피했다. 실제 은행 별로 대거 희비가 엇갈렸지만, 은행들마다 해석은 제각각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2015년10월30일 계좌이동제 시행 이후 최근까지 가장 쏠쏠한 성과를 거둔 곳은 KEB하나은행이다. 하나은행은 계좌이동 순유입 건수(유입-유출) 약 41만건을 기록, 주거래 계좌를 가장 많이 늘렸다. 이어 신한은행과 IBK기업은행이 각각 순유입 건수 40만건과 32만건을 기록해 2, 3위를 차지했다. NH농협은행은 상세한 건수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순유입 건수가 플러스(+)”라고 전했다.
옛 외환은행과의 통합으로 덩치는 키웠지만 4대 시중은행(신한ㆍKB국민ㆍ하나ㆍ우리은행) 가운데 고객 수가 가장 적어 아쉬워했던 하나은행은 계좌이동제 초기부터 공격적인 영업으로 계좌이동에 사활을 걸었고, 이번에 그 결실을 봤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간 순이익 등 내실 면에선 ‘리딩뱅크’로 자리매김 했지만 여전히 고객 수가 국민은행에 뒤졌던 신한은행도 계좌이동 고객 유치에 상당한 신경을 썼다. 기존 고객 수 대비 순유입 건수로는 오히려 하나ㆍ신한은행을 앞선 기업은행의 선전도 눈에 띈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대출 강화라는 정책목표를 위해 만들어진 국책은행이지만 최근 몇 년간 소매금융을 강화하며 고객 수 늘리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들 은행은 주로 ▦창구를 찾아온 고객들을 설득해 계좌이동을 권유하면서 경품 등을 건네거나 ▦금리 우대 조건으로 계좌이동을 내걸고 ▦멤버십 서비스와 연동하는 방식 등을 써서 고객 수를 늘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계좌이동 순유입 건수가 많은 은행들은 은행원 성과지표(KPI)에 계좌이동 실적을 대폭 반영했다”고 전했다.
반면 국민ㆍ우리은행이나 씨티ㆍSC제일 등 외국계 은행들은 각각 수만 건에서 수십만건의 주거래 계좌 순유출이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계좌 유출 건수가 많다고 해서 무조건 손해는 아니라는 반론도 일부 은행에선 나온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일반고객 수는 다소 감소했지만 충성고객 층인 ‘KB스타클럽’ 고객 수는 계좌이동제 시행 이후 오히려 증가했다”고 말했다. 덩치 키우기 보다는 내실화에 영업의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다. 다른 은행 관계자도 “고객이 잘 사용하지 않는 계좌는 오히려 관리 비용이 더 들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선 계좌이동을 통해 정리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외형상 흥행에도 불구, 계좌이동제의 한계도 크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은행 고위 관계자는 “당초 금융당국이 기대했던 경쟁을 통한 획기적인 신상품 출시 등 서비스 품질 강화보다는 이벤트성 경쟁만 과열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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