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 과목 학점에 영향력 파악
사무실ㆍ자택 대대적 압수수색
류철균 교수 구속영장 청구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박영수(64) 특별검사팀이 이화여대 이인성ㆍ이원준 교수를 류철균 교수와 함께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 딸 정유라(21)씨의 ‘성적비리’ 몸통으로 파악하고 수사 강도를 높이고 있다. 특검팀은 정씨의 성적비리 혐의에 연루된 류철균(필명 이인화) 이화여대 융합콘텐츠학과 교수에게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1일 특검팀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이화여대 인사들에 대한 특검의 대대적 압수수색에는 이인성 의류산업학과 교수, 이원준 체육과학부 학부장의 사무실과 자택도 포함됐다. 특검팀은 이인성 교수가 3과목, 이원준 교수가 2과목에 대해 정씨에게 성적특혜를 주도록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교육부 감사결과 정씨는 2015년 이화여대 체육과학부 입학 이후 지난해 8월까지 출석을 전혀 하지 않고도 8개 과목에서 성적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2015년 정씨의 평균학점은 낙제수준인 0점대였지만, 2016년 1학기에는 B,C학점이 많아 3점대까지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특히 2016년 1학기부터 체육과학부가 의류산업학과와 함께 신산업융합대학 산하로 변경된 후 정씨가 의류산업학과 수업을 3과목이나 이수하게 된 배경에 이인성 교수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저학년 학생들의 경우 좋은 성적을 얻기 힘들다는 이유로 다른 전공과목 수강을 기피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정씨는 이인성 교수가 있는 의류산업학과 수업을 적극적으로 수강하면서 학점이 올라가는 효과를 톡톡히 봤다.
이원준 교수는 2016년 1학기 자신이 담당한 ‘운동생리학’ 수업에 출석하지 않은 정씨에게 특혜를 제공해 성적을 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화여대는 학생이 국제대회나 전지훈련 참석으로 수업 출석이 불가능할 때 증빙서류를 제출한 경우에 한해서만 출석을 인정하고 있다. 이 수업에서 정씨는 오타와 비문이 수두룩하고 대부분의 내용을 인터넷 짜깁기로 채우는 등 조악한 수준의 리포트를 제출했지만 이원준 교수는 점수를 준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체육과학부 학부장인 이원준 교수가 정씨가 수강한 체육과학부의 다른 수업에서도 출석이나 과제물 관련 특혜를 받을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날 구속영장이 청구된 류철균 교수는 2015년 자신이 담당한 ‘K-MOOC 영화 스토리텔링의 이해’과목의 기말시험에 정씨가 참석하지 않았는데도 누군가 제출한 답안지를 기준으로 성적을 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류 교수는 지난달 30일 오후 소환돼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긴급체포 됐다.
특검팀 관계자는 “이인성ㆍ이원준ㆍ류철균 교수에게 ‘정유라 특혜’ 지시를 내린 윗선을 찾는데 수사력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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