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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사법부 먼저 바로 서야 한다

입력
2017.01.0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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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가 국정농간으로 혼란스럽다. ‘비정상의 정상화’가 아니라 비정상의 일상화ㆍ고착화로 비칠 정도로 범사회적 가치체계가 흔들리고 있는 느낌이다. 해결방안은 무엇일까. 의외로 간단하다. 사법부가 바로 서는 것이 개혁의 출발점이다. 물론 반론이 있을 수 있다. 현재의 사법부를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분쟁의 해결에 있어서 사법부가 최후의 보루라는 평범한 진리에 다시 한번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법부가 사법권 행사과정에서 좀 더 명쾌하게 정의와 법의 방향성을 제시한다면 그 파급효과는 매우 클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사법부의 독립성이 중요하다. 사법부의 중심에 있는 법관은 자신의 역할에 좀 더 충실할 필요가 있다. 미국 격언 중 ‘법관은 가장 좋은 직업이다'라는 말이 있다. 법관에겐 법관직이 종착역이 되어야 하고, 법관 경력을 이용해 절대 권력이나 부를 축척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법관의 지위가 가장 좋은 직업일 뿐만 아니라 다른 직업으로 옮겨 가는 데 있어서 좋은 이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법관 퇴직 이후 정치인이나 행정관료로 활동하는 인사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전관예우 등에 의해 변호사로서 많은 부를 축척하는 이들도 있다. 이러한 현상은 사법부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형사사건에서 전관 변호사가 수임하는 경우 구속사건에서 집행유예 등으로 석방되는 경우가 전관이 아닌 변호사보다도 현저하게 높다고 한다. 전관 변호사가 법관 경험이 풍부해 전문성이 높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현직 법관과의 친분이나 유대에 도움을 받는다면 민감한 법적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외국의 법조인들은 우리의 전관예우를 이해하기 어려워한다. 예를 들어 호주나 홍콩에서는 전관 변호사의 활동에 대해 이해관계 충돌이라는 관점에서 상당히 비판적이다. 실제로 홍콩에서는 법관 임용 시 변호사 개업포기 각서를 제출한다고 한다. 이 같은 외국법조계의 시각에 비춰보면 우리 법원은 다소 무감각한 측면이 있다. 우리나라 법원의 공식 입장은 전관예우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하니 전관예우에 대한 진지한 문제제기나 해결책을 위한 논의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최고의 청렴도와 도덕률로 무장해야 할 법원이 전관예우에 따른 불공정성을 애써 외면하거나 무감각한 입장으로 나서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법관 경력을 가지고 퇴직 후 전관 변호사로서 명성을 떨치고 나아가 경제적인 혜택까지 누리는 것에 대해 법원 스스로 부끄럽게 여기고 예방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 변호사 단체 중심으로 사법개혁을 주창하는 것은 주객이 전도돼 있다. 법원 스스로 전관예우나 전관비리 같은 불공정 문제를 해소하는 데 적극 앞장서야 한다. 법원이 사법개혁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이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은 검찰 등 사법집행기관, 공직자 집단 그리고 사회전반에 미치게 될 것이다. 극단적으로 사회 전체가 불공정성에 대한 개념 정의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점차 무감각해질 뿐만 아니라, 위법행위에 대해 엄격한 가치판단을 하는 데 장애를 불러 일으키게 될 위험성도 있다.

가치체계와 행동강령이 정립되지 못해 일련의 사회 문제가 발생하는 요즘 상황에서 법원이 사법개혁을 주도한다면 실로 의미가 클 것이다. 이제 법관은 사법소비자의 수요에 부응하는 국민의 대리인 또는 충복으로서 자기 역할을 다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자각과 반성을 통해 군림하는 법원이 아니라, 사법소비자에게 진실로 봉사하는 법원의 모습을 보여주기 기대한다.

김승열 변호사ㆍ카이스트 겸직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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