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검증도 회피할 생각 없다”
23만 달러 수수 의혹 등 부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1일 오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에게 차례로 전화해 새해 인사를 했다. 반 전 총장은 이 여사에게 “건강하시고 새해 더욱 복을 많이 받으셔서 건강하시라”고 덕담을 건넸고, 이 여사는 “한국에 오셔서 모든 일이 잘 되시길 바란다”고 화답했다고 박지원 국민의당 전 원내대표가 전했다. 권 여사도 “고생 많으셨고, 잘 들어오시기 바란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 전 총장이 귀국 행보에 앞서 검증의 칼날을 들이대고 있는 야당과 화해를 모색한 것으로 정치권은 보고 있다.
구랍 31일(현지시간)로 제8대 유엔사무총장 임기를 마친 반 전 총장이 신년사에서 “우리 사회의 적폐를 확 바꿔서 새로운 도약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엔을 떠나기 앞서 다시 한번 대권 도전 의사를 분명히 한 반 전 총장은 “귀국하는 대로 생각과 고뇌를 말씀 드리면서 해법을 같이 구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지난달 30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신년사를 발표한 후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23만 달러 수수의혹’에 대해 “검증을 빙자해 괴담을 유포하거나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일을 하는 것은 근절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정치권의 검증 과정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그는 신천지 연루설, 아들 SK텔레콤 특혜입사 의혹 등에도 “기가 차고 황당무계하며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부인했다.
반 전 총장은 “과거에도 대선을 앞두고 기승을 부리던 악성 정치공작을 많이 봐왔다”면서 “이로 인해 피해를 본 사람의 고통이 어떨까 했는데 이제 그것을 내가 느끼고 있다”고 했다. 그는 최근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거듭 부인한 뒤 “어떤 검증도 회피할 생각이 없다”며 “양심에 비춰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고 덧붙였다.
반 전 총장은 개헌의 필요성을 거론하며 “전문가와 협의하고 국민의 동의를 받는 범위에서 추진돼야 한다”고 처음으로 정치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날 마지막으로 유엔에 출근한 반 전 총장은 유엔 회원국 대사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 후 짧은 고별사에서 “신데렐라가 된 기분이다“는 말로 10년 만에 유엔을 떠나는 진한 아쉬움을 전했다. 그러면서 “내일 자정이면 모든 게 바뀔 것”이라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 자리에서 뉴욕 타임스 스퀘어에서 열린 신년맞이 행사에 참여할 계획을 밝힌 그는 “수백만 명이 내가 일자리를 잃는 모습을 지켜볼 것”이라고 농담을 던졌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전혼잎기자 hoihoi@hankookil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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