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국어대사전’에 표제어로 수록된 한국어 어휘의 개수는 50만개가 넘는다. 그런데 우리가 그 중에 실제 일상생활에서 사용하고 있는 어휘는 몇 개 정도나 될까. 우리가 말을 잘 하고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상황에 따라 적절한 어휘를 구사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마치 은행에 저금하는 것처럼 평소에 자신의 어휘 창고 속에 어휘들을 풍부하게 저축해 놓은 다음,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 어휘 창고 속에서 다양한 어휘들을 꺼내 쓰도록 해야 한다.
접두사와 접미사를 많이 알아 두는 것은 자신의 어휘 창고를 확장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접두사와 접미사를 다른 단어에 접붙이면 마치 나무가 가지를 치듯 새로운 단어들을 끊임없이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접미사 ‘-쩍다’를 명사 앞에 붙이면 ‘객쩍다’ ‘겸연쩍다’ ‘멋쩍다’ ‘미심쩍다’ ‘수상쩍다’ 등의 새로운 단어들이 만들어지고, 접미사 ‘-지다’를 명사 앞에 붙이면 ‘값지다’ ‘기름지다’ ‘멋지다’ ‘살지다’ 등의 단어들이 탄생하게 된다.
흔히 ‘멋쩍다’를 ‘멋이 적다’는 의미로 해석해 ‘멋적다’로 잘못 표기할 수 있고, ‘살진 과일’을 ‘살이 찌다’의 의미로 해석해 ‘살찐 과일’로 잘못 쓸 수 있는데, ‘멋쩍다’와 ‘살지다’는 각각 명사 ‘멋’과 ‘살’에 접미사 ‘-쩍다’와 ‘-지다’가 결합한 단어이다.
‘-쩍다’ ‘-지다’ 외에 명사 뒤에 붙어 형용사를 만드는 접미사들로 ‘-나다’(유별나다) ‘-답다’(정답다) ‘-되다’(참되다) ‘-롭다’(자유롭다) ‘-스럽다’(만족스럽다) ‘-차다’(보람차다) ‘-하다’(건강하다) 등이 있다.
유지철 KBS 아나운서실 한국어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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