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심 징역 4년-치료감호 처분
심신미약 주장 받아들이지 않아
‘엄마 하늘나라에.. 내가 찔러서’
진술 바탕 “고의적 살인” 판단
잔소리하는 어머니를 흉기로 수 차례 찔러 죽인 20대 발달장애인에게 2심에서도 실형이 선고됐다. 심신미약 상태를 참작해 달라는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 김창보)는 오줌을 쌌다고 잔소리하는 어머니를 쫓아가 흉기로 수 차례 찔러 숨지게 한 발달장애인 A(21ㆍ여)씨에게 원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4년을 선고하고 이와 함께 치료감호를 명했다. 지난 5월 바지에 오줌을 싼 A씨에게 어머니가 꾸지람을 하고 아버지에게 전화로 이 사실을 알리자 A씨는 부엌에서 흉기를 가져와 거실에 앉아 있던 어머니의 허벅지를 찔렀다. A씨는 오빠가 119에 신고하는 사이 안방으로 도망 간 어머니를 쫓아가 등을 재차 찔러 살해했다.
재판부는 A씨가 어렸을 때부터 5세 지능 정도에 불과한 중증 정신지체를 앓고 있다는 사실은 인정했으나 A씨가 죽음의 의미를 이해하고 있는지를 더 중요하게 살폈다. 재판부는 “A씨가 수사기관에 ‘엄마 하늘나라에 있다. 내가 허벅지랑 등을 칼로 찔러서’ ‘엄마가 죽어 슬퍼 울고 싶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점에 비춰 미약하게나마 죽음을 이해할 능력과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인다”고 판단했다. 특수학교를 졸업해 한글을 읽고 쓸 줄 아는 점, 사건 경위에 대해 상세하게 진술하고 있는 점도 고려됐다. 형법에서는 심신장애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사람의 행위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반면 지난 2014년 부산 한 사회복지관 3층 복도에서 두살배기 아기를 비상계단 난간으로 데려가 떨어뜨려 살해한 발달장애 이모(18)군에게는 대법원이 지난 11월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군에 대해서는 심신상실이 인정됐다. 재판부는 이군의 진술과 의학적 소견 등을 토대로 발달장애 1급 판정을 받은 이군이 자신이 한 일은 물론 재판을 왜 받는지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당시 재판부는 “살해행위가 충분히 인정되지만 심한 자폐증세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심신상실 상태에서 범행했기 때문에 처벌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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