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정국 거치며 존재감 확실
대선정책 내놓고 차별화 전략
개헌·결선투표·경선 룰 이슈로
野 잠룡들, 文 고립시도 잇달아
반기문 가세 땐 힘들어질 수도
호남 홀대론·총선 참패에 상처
현지 자주 찾아 민심 달래기
“맨 앞에서 달리다 보면 찬바람도 가장 많이 맞고 후발주자들 견제도 거셀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이것저것 따지다 보면 페이스가 말릴 수 있다. 묵묵히 앞만 보고 달리는 것말고는 다른 길이 없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국면을 거치며 야권을 대표하는 대선 후보로서 존재감을 확실히 굳혔다. 이재명 성남시장의 거침없는 상승세에 야권 선두 자리를 위협받기도 했지만 이 시장 지지율이 조정기에 들어가면서 당분간 맨 앞 자리를 빼앗길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문 전 대표는 최근 부쩍 ‘내가 가장 잘 준비돼 있다’는 말을 자주하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박 대통령 탄핵심판 청구를 인용할 경우 60일 안에 대선을 치러야 해 다른 후보들이 채 준비할 시간이 없는 만큼 확실히 치고 나가며 간격을 더 벌리겠다는 계산이다. 원로, 중진, 신진 세대와 보수, 중도, 진보 성향이 골고루 포진한 학자 500여명이 참여한 대선 정책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을 10월 출범했고, 12월 들어 한국사회 대개혁, 외교안보 등 분야별 대선 정책을 차례로 내놓고 있다.
그런 문 전 대표에게도 풀어야 할 ‘겨울 방학 숙제’가 여럿 있다. 무엇보다 당 안팎의 집중 견제를 이겨내야 한다. 이미 개헌, 대통령 임기단축, 결선투표제, 당내 경선 룰 등을 고리로 ‘문재인 고립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그럴 때마다 ‘개헌 찬성’, ‘결선 투표 찬성’,‘모든 경선 룰 수용’으로 정면 돌파를 시도했지만 타이밍이 조금씩 늦는 등 깔끔한 대응은 아니었다. 게다가 보수 진영의 유력 대선 후보로 꼽히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귀국해 ‘문재인 고립 작전’에 참여할 경우 더 힘들어질 수 있다.
야당의 뿌리인 호남 민심 품기도 풀어야 할 과제다. 문재인 진영은 지난해 당 대표 경선 때부터 ‘노무현 정부는 호남을 무시했다’는 호남 홀대론에 시달렸고, 민주당은 4ㆍ13 총선에서 호남 참패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물론 총선 이후 민주당이 국민의당과 호남 민심 쟁탈전에서 앞서고 있고 문 전 대표 개인 지지도도 상당히 회복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문 전 대표는 총선 이후 꾸준히 호남을 찾아 시민들과 접점을 넓히려 애쓰고 있고, 부인 김정숙 여사도 여름 이후 매주 호남을 찾아 ‘1박2일’ 일정으로 저인망 민심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문 전 대표가 31일 올해 마지막 행사로 전북 전주의 촛불집회에 참석하고, 새해 첫 행사로 광주 무등산의 해맞이 행사를 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야권 일각에서 거론되는 ‘재수생 콤플렉스’도 씻어야 한다. 2012년 대선에서 48%의 득표율로 패했고 신선함이 없기에 ‘문재인으로는 무난히 진다’는 우려를 극복해야 야권 지지자는 물론 중도ㆍ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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