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비문 연대’ 구심점 역할
범보수 진영까지 가세 가능성
“정파마다 각론 달라” 회의론도
개헌론은 대선 후보간 연대 및 단일화의 고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선 판 자체를 흔드는 대형 변수로 꼽힌다. 벌써부터 개헌 찬반 입장을 놓고 ‘문재인 대 비문재인’ 전선이 형성되고 있다. 개헌론은 궁극적으로 현재 지지율에서 뒤지고 있는 주자 모두에게 9회말 역전을 노릴 수 있는 ‘반전 카드’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눈 여겨 볼 대목은 개헌 찬성파 대부분이 임기단축 개헌론을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확정돼 조기 대선이 실시될 경우 “차기 대통령 임기를 2020년 4월 차기 총선에 맞춰 3년으로 하겠다”고 약속한다. 임기단축 약속은 5년 단임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없애는 개헌을 위해 자기 희생에 나선다는 이미지를 줄 수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를 향한 공세의 포인트도 여기서 만들어진다. 이들은 개헌에 부정적인 문 전 대표를 향해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내려놓기 싫어하는 패권 세력”이라고 낙인 찍기를 시도하고 있다.
차기 대선 후보군 중에는 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 정도만 임기단축 개헌론에 반대하고 있다. 반면 이재명 성남시장과 박원순 서울시장, 김부겸 민주당 의원 등은 임기단축 개헌에 찬성한다.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부터 개헌론을 두고 갑론을박하며 후보간 합종연횡 시도가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많다.
이른바 제3지대 그룹의 존재는 개헌을 고리로 한 보다 큰 틀에서의 정계개편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현재 손학규 민주당 전 대표가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리는 새로운 나라, 7공화국을 열어가는 길에 앞장서겠다”며 정계개편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친박ㆍ친문계를 제외한 세력의 연대ㆍ연합을 주도하고 있는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 정운찬 전 국무총리를 비롯한 범보수 진영까지 가세하고 있어 개헌에 동조하는 세력의 스펙트럼이 어느 때보다 넓은 것도 사실이다.
개헌 정국에서의 키맨은 김종인 의원 등 민주당 내 개헌파들이다. 이들의 향후 행보는 중도ㆍ보수 대연합 등 정계개편을 촉발할 변수로 꼽힌다. 김 의원이 최근 부쩍 충돌이 잦아진 문 전 대표 측과 결별하고 제3지대에 가세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김 의원이 민주당 탈당 후 대표적 개헌론자이기도 한 김무성 개혁보수신당(가칭) 의원과 손을 잡고 개헌 드라이브를 걸 경우 정치권 빅뱅이 촉발될 수도 있다.
문제는 개헌론이 현역 국회의원과 유력 정치인들에게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일 정도로 생각이 다르다는 점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이념 지향성이나 지지 기반이 천차만별인 여러 정치세력을 하나로 묶어내는 일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차기 대선 주자가 있다지만 지금처럼 고만고만한 지지율로는 구심점이 되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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