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통일의 산파 겐셔 내세워
통일 이끌 적임자 대통령 부각
보수신당·국민의당 등 포함
제3지대서 무소속 브랜드 극대화
대선 직전 등판 아이젠하워처럼
막판 중도·보수 통합 후보 노려
조직·국정경험 약점 극복이 과제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인용을 전제로 한 조기 대선은 ‘메이드-바이(made-by) 반기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거취는 대선 판을 뒤흔들 초대형 변수다.
반 총장은 정치 경험이 전무한 데다 국내에 있지도 않은데도 대권 재수생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상당 기간 양강 구도를 구축해왔다. 그런 그가 1월 중순 귀국해 본격 대권 행보에 나선다면 폭발력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에서 분당한 개혁보수신당(가칭)이나 국민의당을 중심으로 한 제3지대, 정치권 안팎의 개헌 주도 세력 모두 반 총장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반 총장 주변의 정치권 측근그룹에 따르면 반 총장의 대권 시나리오는 ‘겐셔니즘+아이젠하워 모델’로 요약된다. 인물은 1990년 독일 통일의 산파 역할을 한 한스 디트리히 겐셔 전 외교장관을 표방하고, 대권 행보는 제2차 세계대전의 전쟁영웅 드와이트 아이젠하워의 대선 출마를 모델로 벤치마킹 하는 것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겐셔니즘은 유엔 수장으로 10년 간 외교에 전념한 반 총장이 ‘한반도 통일’을 지휘할 적임자로 자신을 부각하려는 측면에서 안성맞춤이란 평가다. 향년 89세로 지난해 4월 별세한 겐셔 전 장관은 헬무트 슈미트와 헬무트 콜 총리 정권 아래 독일 통일에 필요한 대외여건을 조성했고, 미국이나 옛 소련(러시아) 등 주요 관계국을 설득하는 데 능수능란한 외교 역량을 발휘했다. 반 총장의 별칭으로 불리는 ‘기름장어’는 사실 외교가에서는 능수능란함을 뜻하기도 하는데 반 총장이 겐셔니즘을 앞세워 이런 외교적 이미지를 설득력 있게 홍보하고, 통일 이슈를 결합해 ‘반기문리즘’을 부각시킨다는 전략이 거론되고 있다.
그의 귀국 후 행보는 중립지대에서 기존 정당 후보와의 차별화를 통한 무소속 브랜드 극대화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자금 낭비를 최소화 해 소규모 코어그룹을 중심으로 움직이되 자발적 자원봉사 선거운동을 최대한 활용하다가 대선 직전 ‘중도-보수 대통합’ 후보로 나선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1952년 공화당과 민주당의 러브콜에도 줄곧 중립지대에 머물다 막판 공화당 경선에 뛰어들어 대권을 잡은 아이젠하워 대통령 사례가 회자되고 있다. 조기 대선까지 신당을 창당할 자금과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매우 현실적 방안이라는 게 반 총장 측근그룹의 평가다.
하지만 조직력 열세의 반 총장이 인물론으로만 지지율을 유지 혹은 상승시킬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도 적지 않다. 통일 분야를 뺀 나머지 분야에서의 메시지가 얼마나 설득적일지 알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각종 검증 공세 극복 여부도 그의 흥행가도에 변수로 꼽힌다.
서상현 기자 lss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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