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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에 염소 50마리 보낸 중학생들 “지진 아픔 이겨내길”

입력
2016.12.3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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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문현중 학생ㆍ교사들

기증품 모아 판매 수익금 전달

네팔 산골마을 저소득 가정에

마실 우유ㆍ생계수단으로 유용

1 6일 서울 송파구 소재 문현중 교내 중앙 현관에서 학생들이 ‘네팔에 염소 보내기’ 캠페인을 벌이며 학생 교사들을 상대로 물품 기부를 독려하고 있다. 문현중 제공
1 6일 서울 송파구 소재 문현중 교내 중앙 현관에서 학생들이 ‘네팔에 염소 보내기’ 캠페인을 벌이며 학생 교사들을 상대로 물품 기부를 독려하고 있다. 문현중 제공

지난해 규모 7.8의 대지진 참사를 겪은 빈국(貧國) 네팔. 해발 1,700m 히말라야 중턱 산골 마을인 부미마타의 아이들은 대부분 한 시간 넘게 산길을 걸어 학교에 다닌다. 한창 자랄 나이에 매번 통학길이 고된 여정인데도 우유조차 충분히 마실 형편이 못 된다고 한다.

‘염소라도 한 마리 있었으면...’ 빈촌 부모의 마음이다. 염소는 유용한 생계 수단이다. 젖이 나오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먹일 수 있고 내다팔아 생계를 꾸려도 된다. 이들한테 언감생심인 염소 한 마리 값은 우리 돈으로 고작 1만5,000원 정도. 지구가 이렇게 기울어 있다.

한편으론 갈수록 세계가 밀접해진다. 어쩌면 다음 세대한테 필요한 건 연면한 역사와 혈통으로 결속된 민족주의보다 세계시민 정체성과 지구 저편 동시대인에 대한 연민일지 모른다. 이런 휴머니즘을 구현하는 국내 청소년들이 있다. 서울 송파구 문현중학교 학생들이다.

30일 문현중에 따르면, 이 학교 학생 21명은 16~28일 등교 시간과 점심 시간마다 중앙 현관에서 학생과 교사들을 상대로 헌 옷과 신발, 가방, 책 등 재활용이 가능한 물품들을 기부해 달라고 호소했다. 네팔 부미마타 저소득층가정에 염소 사줄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팔아봐야 알겠지만 75만원어치를 걷어 25가구에 암수 한 마리씩 염소 50마리를 보내주겠다는 당초 목표는 얼추 이뤘으리라는 게 학생들 짐작이다. 5~9일 교문 앞에서 손 팻말로 홍보하고 학교 방송으로 전 학급에 알린 뒤 캠페인 기간 동안 매일 서너 명씩 고생한 결과다.

기증품들은 아프리카아시아난민교육후원회(ADRF)에 건네져 판매되고, 그 수익금이 염소를 사는 데 쓰인다. 1994년 라이베리아 전쟁난민 구호로 활동을 시작한 ADRF는 지구촌 빈곤 아동들의 교육을 돕는 비영리 민간단체다. 염소 보내기 캠페인을 제안한 곳이 ADRF였다.

부미마타와는 올 여름 네팔 봉사활동에서 인연을 맺었다. ADRF가 ‘희망교실’을 운영 중인 네팔 아다쉬, 부미마타에 8월 5~13일 8박9일 동안 머문 문현중 학생 13명은 지진으로 상한 학교 벽에 페인트를 칠해주거나 현지 아이들에게 한글과 위생 요령 등을 가르쳤다.

생경한 이역에서 연대감이 솟았다. 봉사단에 참여했던 3학년 소은(15)양은 “어려운 제3세계국가가 있다는 건 알았지만 홈스테이하며 지진 탓에 열악해진 현실을 겪고 나서야 지속적 봉사와 관심이 필요하단 걸 깨달았다”고 했다. 캠페인은 이들 13명이 주도했다.

네팔 돕기는 그뿐 아니다. 현지 여성 자립 지원도 문현중 학생들의 관심사다. 염소 보내기 캠페인 기간 네팔인들이 제작한 팔찌(개당 2,000~5,000원)를 대신 팔아줬다. 10~11월엔 ADRF에 기증된 모자 600여개를 팔아 번 120여만원을 네팔 학교 급식비용에 보태기도 했다.

다리는 원기승(57) 문현중 교장이 놓았다. 부임한 해(2014년) 12월 ADRF와 협약을 맺고 학생들을 네팔과 이어주기 시작했다. 올해 교육부에 세계시민교육특별지원을 신청해 받은 예산 1,000만원을 고스란히 네팔 봉사 지원금으로 썼고 모자란 돈은 학교 예산으로 충당했다.

앞으로 학교가 키워내야 할 글로벌인재의 으뜸 조건은 인성이라는 게 원 교장 생각이다. 그는 “실천적 인성 교육은 더불어 잘사는 법, 즉 배려를 가르치는 것”이라며 “도움을 줄 때 행복하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학생들이 장년 세대가 겪었던 어려움을 60년대 한국 사회와 비슷한 네팔에서 간접 체험해 본 것은 덤”이라고 덧붙였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봉사 활동을 위해 8월 네팔 부미마타 마을 학교를 찾은 서울 문현중 학생들이 현지 학생들에게 한글을 가르치고 있다. 문현중 제공
봉사 활동을 위해 8월 네팔 부미마타 마을 학교를 찾은 서울 문현중 학생들이 현지 학생들에게 한글을 가르치고 있다. 문현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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