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중문화계의 뜨거운 감자 중 하나는 ‘여성혐오’다. 코미디 프로그램은 여전히 여성 개그우먼의 외모를 비하해 웃음을 자아냈고 여성 아이돌 멤버가 성적 대상으로 등장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때때로 공익광고도 가부장적 시선으로 ‘여성은 열등한 존재’라는 고정관념을 재생산해 논란이 됐다. 프란이 올해를 마무리하며 자칭 ‘프로불편러’인 20~30대 남녀 7명과 함께 성차별 콘텐츠들의 문제점을 꼬집어 봤다.
“외모지적 말고 참신한 개그 없나요”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외모를 이용해 웃음을 유발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뚱뚱한 개그우먼은 살을 빼면 캐릭터를 잃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여성 희극인들의 외모는 개그 소재로 이용됐다.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의 코너 ‘아가씨를 지켜라’의 출연자 홍윤화나 KBS ‘개그콘서트’ 에서 ‘님은 딴 곳에’ 출연자 이현정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프로불편러들은 ‘외모를 자학하는 개그는 식상하다’고 주장한다. 대학생 정우진(26)씨는 “단순히 못생기거나 뚱뚱한 사람이 나와서 외모를 비하하는 개그는 재미있지 않다”며 “너무 안일한 방식으로 사람들을 웃기려 한다”고 꼬집었다.
“보는 사람도 불편한 애교, 강요하지 마세요”
프로불편러들은 여자 게스트들이 남자 출연진에게 부리는 ‘애교 퍼레이드’에 염증을 느낀다고 말한다. 애교를 부리는 여성과 이를 흐뭇하게 지켜보는 남성이라는 점에서 애교는 젠더 권력의 차이를 유발하며 이를 웃음거리로 소비하는 게 불쾌하다는 주장이다. 대학생 정재희(24·가명) 씨는 “애교라고 부르는 행위들은 대부분 유아기적 행동을 흉내 내는 것”이라며 “여성에게 이를 요구하는 것은 미성숙한 존재, 남성에게 의존해야 하는 존재라는 인식이 담겨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MBC ‘라디오스타’에서 출연자가 토라졌다는 점을 묘사할 때마다 양 갈래 머리모양을 컴퓨터그래픽으로 덧입혔고, JTBC ‘아는 형님’은 여성 출연자들끼리 경쟁하고 시기하는 모습을 개그 코드로 사용했다. 이에 대해 대학생 최유정(20ㆍ가명)씨는 “사람은 누구나 토라질 수 있는데 항상 여성만 그런 것처럼 묘사해 불편하다”고 말했다.
“공익 광고 속 여성은 별나라 사람?”
공익 광고에서 조차 여성을 열등한 존재로 규정해 비판을 받았다. 지난 4·13 총선을 앞두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만든 선거 독려 홍보영상이 대표적이다. 이 광고에서 걸그룹 AOA의 멤버 설현은 투표를 화장품 광고에 빗대서 "언니 에센스 하나도 이렇게 꼼꼼하게 고르면서…아름다운 선택을 기대합니다”고 말했다. 정우진씨는 이 광고에 대해 “화장품 광고인 줄 알았다”며 “선거가 전혀 연상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여성을 외모만 가꾸는 존재로 그린 광고도 성토의 대상이 됐다. 지난해 대한적십자사 헌혈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작품이 대표적이다. 대학생 최윤정(23·가명)씨는 “여성이 정치나 사회문제만큼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화장품, 즉 외모라는 강력한 고정관념이 존재한다는 것을 느꼈다”고 강조했다.
정유경인턴기자 (서강대 프랑스문화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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