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사후 이혼’이 급증하고 있다. 세상을 떠난 배우자의 부모나 형제와 법적 관계를 끊는 것으로, 남편 사망 후 결혼생활 중 시댁 식구에 불만이 있거나 시부모 간병을 맡지 않으려는 여성들이 많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30일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인족(姻族)관계종료 신청서’ 제출 건수는 2,783건으로, 10년 전인 2005년의 1,772건 대비 57.1% 늘었다. 배우자가 숨진 뒤 인족 관계를 끊는다는 점에서 ‘사후이혼’(死後離婚)으로 불린다.
일본에서 이혼하는 경우에는 배우자의 가족들과 관계가 자동으로 해소되지만 사별인 경우는 별도의 신청이 없으면 가족관계가 지속된다. 특히 사후이혼은 상대방의 동의 없이 당사자의 신청만으로 성립한다.
사후이혼 증가는 관계가 악화된 시댁 혹은 처가와 관계를 끊으려 하거나 배우자 부모의 개호(介護ㆍ돌봄)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이 많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부부문제 전문상담사인 오카노(岡野) 아쓰코씨는 “사후이혼을 상담하는 30~50대 여성이 많고 대부분 시어머니와의 문제가 원인”이라며 “인연이 있어서 연결된 관계인데 종이 한 장으로 관계를 끊을 수 있다는 것이 씁쓸하다”고 말했다.
부부문제 상담소 등에는 ‘남편이 죽은 것을 가지고 (시댁에서) 나를 탓한다’, ‘개호에 휘말리고 싶지 않다’, ‘남편의 가족과 같은 묘에 들어가고 싶지 않다’ 등의 이유로 사후이혼을 상담하는 여성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라카와 도우코(白河桃子) 사가미(相模)여대 객원교수는 “저출산과 자녀수의 감소로 부모를 부양하는 자녀들의 부담과 장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며 “개호 등을 돕는 제도가 충실해지지 않으면 사후이혼 사례는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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