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외교관 추방 사전 작업으로
국제학교 폐쇄명령 등 불구
차기 행정부와 관계 회복 기대 커
강력한 대응 조치는 없을 듯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의 대 러시아 제재에 강력 반발하며 미국이 추방한 러시아 외교관과 같은 수의 외교관 추방 등 보복 조치를 예고했다. 다만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조치는 도널드 트럼프 차기 행정부에서 백지화될 가능성이 큰 만큼 푸틴 대통령의 대응도 한시적 수준에서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미국이 추방 결정한 러시아 외교관 숫자에 맞춰 미국 외교관 35명 추방을 건의했다고 밝혔다. 또 미국 정부가 미국 내 러시아 소유 시설 2곳을 폐쇄한 데 대응하는 차원에서 모스크바 북서쪽 자연휴양림 '세레브랸니 보르'(은색의 숲)에 있는 미국 대사관 별장과 모스크바 남쪽 도로즈나야 거리에 있는 미국 창고 이용을 금지하도록 하자는 제안도 했다고 소개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떠나는 오바마 행정부가 자기들의 대외정책 실패 책임을 러시아에 전가하고, 러시아가 정부 차원에서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는 근거 없는 비난을 추가로 제기했다”고 비판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통령 대변인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제 임기가 3주밖에 남지 않은 오바마 행정부가 대러 제재 조치를 한 것은 이미 약해진 러시아와 미국의 관계를 더욱 악화시키고 곧 취임할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정책 구상에 해를 끼치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이어 “(오바마 정부의) 대러 제재조치는 전혀 근거도 없을 뿐만 아닌 국제법상 불법”이라며 “상호원칙에 근거해 적절한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러시아가 보복 조치에 나설 것임을 밝혔다. 그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에 대한 보복 조치 방식을)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미국 CNN방송은 이날 모스크바에 있는 영미식 국제학교에 폐쇄명령을 내리는 것으로 첫 보복에 나섰다고 전했다. 해당 학교는 모스크바 주재 미국, 영국, 캐나다 대사관 직원 등 외교관 자녀들이 주로 다니는 곳이다. 미 의회 전문지 더 힐은 “학교에 전세계 60개국 출신 학생 1,250명이 재학 중”이라고 전했다. 다만 러시아 외교부는 “해당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이 자국 주재 미 외교관을 추방하는 한시적 조치를 넘어 미러 관계의 근간을 흔들 만한 보복에는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러시아의 페스코프 대변인이 이날 “미국의 대러 제재 효과를 과대평가하고 싶지 않다”고 의미 축소에 나선 데도 더 이상 사태를 키우고 싶지 않다는 푸틴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콘스탄틴 코사세프 러시아 상원 외교위원회 의장은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정권 이양 기간인 만큼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내놓을 반응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며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이후 오바마 정부의 대러 제재 조치를 뒤집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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