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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NOW] “우리가 잘못한 건 없다. 하지만 졌다”

입력
2016.12.30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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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잘못한 게 없다. 하지만 우리는 졌다” 노키아 전 CEO 스티븐 엘롭이 했다고 알려져 있는 말이다. 이 말을 실제 그가 했는지는 미심쩍다.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이 사진도 엘롭이 아닌 다른 사람과 합성한 이미지로 보인다. 하지만 말 자체는 음미해 볼 만하다.
“우리는 잘못한 게 없다. 하지만 우리는 졌다” 노키아 전 CEO 스티븐 엘롭이 했다고 알려져 있는 말이다. 이 말을 실제 그가 했는지는 미심쩍다.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이 사진도 엘롭이 아닌 다른 사람과 합성한 이미지로 보인다. 하지만 말 자체는 음미해 볼 만하다.

얼마 전 한 인터넷 서비스 업체 관계자와 만날 기회가 있었다. 이 회사는 상당 기간 편리한 PC용 프로그램을 만들어 성장해 왔기에, 인터넷 서비스 역시 데스크톱 기반 사용자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스마트폰과 LTE망의 보급으로 국내 인터넷 사용자들이 대거 모바일로 몰려가면서 이 서비스의 기반도 흔들리고 있었다. 이렇다 할 모바일 앱을 내놓거나 개발하지 않은 사이에 트래픽은 이미 상당히 줄어 있었다.

“모바일로의 변화는 이미 알고 있었지요. 하지만 대부분 수익이 데스크톱 광고를 기반으로 나오고 있었기 때문에….”

어디서 많이 들어본 소리다. 예전 국내 유명 게임회사 임원을 만났을 때도 비슷한 얘기를 들었다. “아직도 수많은 사용자가 매월 정액 사용료를 내는 PC용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에서 압도적 수익이 들어옵니다. 그 게임은 유지보수만 하면 되는데, 그 부서에 배치되면 반복적인 일만 해도 수익이 꼬박꼬박 나기 때문에 위험부담이 없죠.” 반면 모바일 게임의 경우 성공과 실패에 대한 위험부담과 스트레스가 극도로 크고, 성공했다 하더라도 PC용 게임처럼 장기적인 흥행이나 지속적인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모험하기 꺼린다는 것이다.

모바일 쪽에 더 보상해 주면 되지 않을까. “당연히 더 보상을 해 주는데도 그렇습니다.” 회사의 상층부뿐 아니라 기존 직원들 역시 모험보다는 현재에 안주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말이었다.

원래 변화와 혁신은 힘든 법이다. 게다가 “아직 수익은 기존 비즈니스에서 나온다”는 믿음이 지배할 때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러한 믿음은 나중에 돌아보면 시장에서 패배한 가장 큰 요인이 된다.

“우리가 잘못한 건 없다. 그러나 졌다.”

노키아의 전 CEO 스티븐 엘롭이 마이크로소프트에 노키아가 인수된 후 기자회견장에서 했다고 알려진 말이다. 하지만 검색한 결과 올해 2월 링크드인에 올라왔던 원래 글은 삭제되었고, 수많은 복사본만 출처 없이 돌아다니고 있는 걸 보니 신뢰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한때 세계 1위의 휴대폰 제조사였던 노키아를 망가뜨린 원흉으로 평가받는 엘롭에 대한 비판적 소설이 아닌가 생각된다.

하지만 저 말은 음미해 볼 만하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주변 환경이 빠르게 변하면 어떤 잘못된 선택을 해서가 아니라 그냥 예전에 하던 대로 하더라도 망한다. 아니, 그래서 망한다.

올해 미디어업계에선 조금씩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났다. 전통 신문사나 방송사 중 일부는 과감한 조직개편을 통해 이미 실험을 시작했고, 당장 수익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와 실험에 뛰어들었다. 물론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태에서 나타났듯 정부의 언론 탄압과 간섭, 최순실 게이트로부터 시작된 특종경쟁 등 언론계에 다른 큰 이슈가 많았던 한 해였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촛불집회나 국회 청문회 등을 현장감 있고 재미있는 영상으로 전달하거나, 현장 기자들의 회의 모습을 생중계하는 등 모바일 독자들을 겨냥한 크고 작은 노력도 이루어졌다. 최순실 정국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하고, 뉴미디어에선 독자와 열정적으로 소통한 매체의 브랜드 가치는 주류 매체든 대안 매체든 높이 상승했다.

미디어업계가 전통 채널의 수익이 감소하면서 맞이한 거대한 변화의 물결 속에서 누가 승리자, 아니 생존자가 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변화하지 않는 쪽이 생존할 가능성은 없다. 인터넷 시대의 무서운 점은 승리자가 매우 소수라는 점이다. 나중에 “우리는 잘못한 게 없지만 졌다”고 말하더라도 아무도 동정하지 않을 것이다.

최진주 디지털뉴스부 기자 parisc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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