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남자 스피드스케이팅의 장거리 간판 이승훈(28ㆍ대한항공)은 2017년 한국 나이로 서른이 된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1만m 종목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스타 반열에 오른 지도 7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났지만 여전히 국내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승훈은 29일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막을 내린 제71회 전국남녀 올라운드 종합 스피드선수권대회에서 남자부 우승을 차지했다. 5,000m에서 6분40초85, 1만m에서 13분59초19의 기록으로 1위에 올랐다. 이로써 내년 2월 열리는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출전권을 확보한 이승훈은 5,000m, 1만m, 매스스타트, 팀추월에 나설 예정이다.
이승훈이 가장 집중하는 종목은 매스스타트다. 현재 세계랭킹 1위로 2018년 평창올림픽 메달 전망이 밝다. 평창올림픽 신설종목인 매스스타트는 출전 선수들이 지정된 레인 없이 400m 트랙을 16바퀴 돌아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선수가 우승하는 종목이다. 쇼트트랙처럼 상대 선수와 자리 싸움을 하고, 전략적인 레이스를 펼쳐야 한다.
이승훈은 쇼트트랙 출신답게 경주 경기에 능하다. 2009년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한 뒤에도 코너를 도는 훈련을 할 때는 쇼트트랙 훈련을 꾸준히 병행했다. 이승훈은 “매스스타트는 상대를 추월하는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코너를 도는 추진력과 템포가 중요하다”며 “주 종목이었던 5,000m와 1만m에서 개인 기량이 떨어진 것은 맞지만 매스스타트에서는 꼭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고 싶다”고 밝혔다.

이번 시즌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1~4차 대회에서 1,500m, 5,000m, 1만m, 매스스타트, 팀추월에 모두 출전하느라 체력적 부담이 뒤따를 수 있다. 그러나 이승훈은 “지난 시즌엔 한 종목만 타도 힘들었지만 올 시즌은 회복이 빠르다”면서 “현재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강자는 모두 30대다. 나 또한 서른 살 이후 전성기를 경험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2월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릴 세계종목별선수권대회와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을 평창올림픽 준비 과정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승훈은 “매스스타트와 단체전 팀 추월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며 “강릉에서 평창올림픽 테스트이벤트를 치르는데 이 대회를 올림픽이라고 여기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선수 생활을 하는 동안 한 시즌의 마무리가 좋으면 다음 시즌에도 좋은 기운이 이어졌다”면서 “일단 올 시즌은 동계아시안게임과 테스트이벤트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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