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세월호 유족 보니 울컥”... 치타의 진심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세월호 유족 보니 울컥”... 치타의 진심

입력
2016.12.30 12:29
0 0
래퍼 치타가 JTBC '힙합의 민족2'에서 세월호 추모곡 '옐로 오션'을 부르며 울먹이는 모습. JTBC 제공
래퍼 치타가 JTBC '힙합의 민족2'에서 세월호 추모곡 '옐로 오션'을 부르며 울먹이는 모습. JTBC 제공

지난 10일 서울 광화문광장. 래퍼 치타는 촛불집회에서 노래를 하는 ‘416 가족합창단’을 찾아갔다. 세월호 사건을 다룬 ‘옐로 오션’의 가사에 문제가 될 소지가 없는지 유족을 만나 의견을 듣고 싶어서였다. 치타는 래퍼들의 경연 프로그램인 JTBC ‘힙합의 민족’에서 고등학생 래퍼인 장성환과 창작곡의 주제로 ‘세월호’를 잡아 곡 작업을 한창 하고 있었다. 직설적인 가사가 걱정됐다. ‘밖에 누구 없어요. 벽에다 치는 아우성. 얼마나 갑갑했어요. 난 그 때만 생각하면 눈물이 앞을 가려’ 란 대목이 특히 걸렸다.

‘힙합의 민족’의 송광종 PD는 30일 한국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가사가) 너무 자극적이진 않을까, 유족들이 노래를 들었을 때 고통스럽지 않을까란 걱정이 제일 컸다”며 “치타가 유족들에게서 직접 ‘가사 문제 없다’는 의견을 듣고 난 뒤 곡 마무리 작업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래퍼 치타와 함께 '옐로 오션'을 만들고 부른 고등학생 래퍼 장성환. JTBC 제공
래퍼 치타와 함께 '옐로 오션'을 만들고 부른 고등학생 래퍼 장성환. JTBC 제공

치타가 ‘힙합의 민족’ PD에 새벽에 전화해 랩 한 이유

지난 27일 방송에서 공개된 ‘옐로 오션’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며 뜨거운 반응을 얻었지만, 세상에 빛을 보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치타는 세월호 유족을 만나기 전 제작진과 가사 표현 수위를 두고 논의를 거듭했다. 송 PD에게 새벽에 전화까지 했다.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옐로 오션’ 가사를 올렸는데, 제작진이 너무 노골적인 가사에 난색을 표해서다. 치타는 텍스트로만 가사를 볼 때와 음악을 통해 들을 때 분위기가 다르다며 송 PD에 전화로 멜로디를 들려준 뒤 랩을 하기도 했다.

치타는 17세이던 2007년 교통사고를 당해 혼수상태에 빠져 죽을 고비를 넘겼지만, 가사를 공격적으로 쓰는 래퍼는 아니었다. 자신의 아픔을 담은 ‘코마 07’ 외에는 어떤 이슈에 대해 직설적으로 곡을 쓴 적도 없다. 송 PD는 “안 그래도 치타에 ‘너 원래 가사 중의적으로 쓰는 편인데, 왜 이렇게 노골적으로 썼어?’라고 물었다”며 “그랬더니 ‘이번엔 그러고 싶었다’고 하더라”고 귀띔했다. 치타는 세월호 사건이 2014년에 벌어진 일이지만, 현재까지 고통이 이어지고 있어 ‘아듀 2016’ 주제로 세월호 관련 곡을 쓰기로 마음 먹었다.

‘옐로 오션’에는 세월호 희생자를 기리는 노란 리본이 바다를 덮을 때까지 애도를 멈추지 않겠다는 다짐이 담겼다. 가사는 먹먹하다. 노란 리본을 달고 무대에 오른 치타는 “그땐 눈 감고 눈 뜰 때 숨 쉬는 것도 미안해서”라며 “난 입을 틀어막고 두 손 모아 기도하길 반복했어”라고 특유의 저음 랩으로 슬픔을 전한다. 치타는 공연 후반부에 랩을 하며 결국 울먹인다. 그는 소속사 C9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이야기를 온전하게 전하고 싶어 울지 말자고 리허설 때 다짐했다”며 “그런데 막상 무대에 서니 유족들이 눈에 들어와 눈물이 났고, 그걸 어쩔 수가 없겠더라”고 감정이 벅차 오른 이유를 한국일보에 전했다.

래퍼 치타에 비친 노란색 조면은 '노란 리본'을 뜻한다. JTBC 제공
래퍼 치타에 비친 노란색 조면은 '노란 리본'을 뜻한다. JTBC 제공

‘노란 리본’ 빗댄 조명… ‘실종자’는 ‘미수습자’로 자막 바꿔

단 한번의 공연이었지만, 치타를 비롯해 제작진의 고민이 많이 녹아 든 무대였다. 치타는 세월호 사건이 벌어진 4월 16일에 맞게 4분 16초로 곡의 길이도 맞췄다. 무대 분위기까지 챙겼다. 방송에서 치타가 마이크를 잡으면 노란색이, 장성환이 랩을 하면 파란색의 조명이 두 사람을 비춘다. 노란색은 ‘노란 리본’을, 파란색은 전남 진도군 팽목항의 바다를 빗댄 것으로 치타의 아이디어였다.

제작진은 세월호 추모 곡으로 불리며 많은 이들의 마음을 적신 가수 루시드 폴의 ‘아직, 있다’와 차이코프스키의 사계 중 ‘뱃노래’를 넣어 치타 무대에 위로의 뜻을 더했다. 장성환은 교복을 입고 노란 리본을 가슴에 단 뒤 랩을 해 유족에 진심을 전했다.

‘옐로 오션’ 무대를 본 세월호 유족은 눈물을 떨구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은 합창으로 곡에 진정성을 보태려다가 포기했다. 송 PD는 “촛불집회 때 만난 ‘416 가족합창단’이 흔쾌히 합창 무대에 서겠다고 했는데, 나중에 ‘우리가 모든 유족의 마음을 대변하는 건 아니니 조심해야 할 문제’라고 해 녹화장에만 초대했다”고 말했다. 제작진도 방송을 내보내기 직전까지 유족들과 가사에 대한 의견을 주고 받았다. 장성환은 무대에서 “수 많은 사망자 실종자”라고 랩을 하지만, 제작진은 자막으로 “수많은 사망자 미수습자”라고 내보냈다. 실종자를 ‘미수습자’로 표기해달라는 유족 측의 의견을 반영했다. ‘옐로 오션’은 방송 후 음원사이트에 공개됐고, 수익금은 모두 기부된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