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29일(현지시간) 러시아의 2016 대선 개입을 위한 해킹 시도에 대응한 보복 조치에 나섰다. 러시아 양대 정보기관에 대한 경제제재를 설정했고 러시아 정보요원 35명도 추방하기로 했다. 러시아 정부가 미국의 제재에 반격을 선언하고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불만을 표시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미 국무부는 이날 미국 내 워싱턴 러시아대사관과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에 근무하는 러시아 외교관 35명을 추방한다고 발표했다. 국무부는 이들이 해킹과 직접적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권리를 남용한 정보요원이라고 밝혔다. 국무부는 뉴욕주와 메릴랜드주에 있는 러시아 정부 소유 ‘위락시설’ 2곳도 첩보활동에 활용됐다며 폐쇄하기로 했다. 또한 러시아 양대 정보기관인 러시아군총정보국(GRU)과 러시아연방보안국(FSB)을 비롯, 대선 해킹의 배후로 의심되는 5개 정부기관과 6명의 러시아 고위관계자에 경제제재를 설정했다.
때맞춰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국토안보부는 러시아 의‘미국대선 해킹’ 관련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는 해커집단 ‘팬시 베어’등을 동원해 미국 대선 캠프 해킹을 시도했으며, ‘스피어피싱’이라 불리는 목표 맞춤형 이메일 해킹 기법에 힐러리 클린턴 캠프의 선대위원장이었던 존 포데스타를 비롯한 민주당 당직자들이 걸려들었다고 전했다.
오바마 정부의 발빠른 제재조치 결정은 러시아의 미국 대선개입을 인정하지 않는 트럼프 당선인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성명서에서 “모든 미국인은 러시아의 행동을 경계해야 한다. 이번 제재조치는 지속적인 경고 끝에 나온 것이며 미국의 이익과 국제규범을 수호하기 위한 적절한 행동”이라 강조했다. 반면 트럼프 당선인은 “더 중요한 것을 향해 움직일 때”라고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그는 다음주에 정보기관 관계자들과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정부는 미국의 제재에 대응해 보복성 제재조치를 내릴 것이라 시사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은 “상호적인 조치에는 대안이 없다”면서도 “급하게 결정을 내리진 않을 것”이라 밝혔다. 미국 CNN은 미 국무부 관리를 인용해 러시아 정부가 모스크바에 있는 앵글로아메리칸학교를 폐쇄할 것을 명령했다고 전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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