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대선 짧은 검증기간 염두
외교 경륜 과시하며 리더십 부각
MB ‘경제 대통령’ 벤치마킹
자발적 지지 모임 최대한 활용
‘무소속 행보→막판연대’ 구상
유력 대선 주자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내년 1월 귀국과 동시에 '통일' 이슈를 제기해 ‘외교대선주자’의 면모를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조기 대선이 예고된 만큼 신당 창당으로 독자 세력화를 추진하기보다 '무소속 행보→ 막판 연대'를 최종 구상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29일 반 총장의 정치권 측근 그룹에 따르면, 반 총장은 통일 이슈를 통해 외교 안보 분야에서 쌓은 자신의 경륜을 과시하면서 경제 등 국내외 현안을 풀어갈 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또, 돈 드는 세과시형 캠페인에서 벗어나 소규모 핵심코어 그룹을 중심으로 움직이되, 전국의 자발적인 지지모임을 최대한 활용하는 계획도 마련 중이다.
‘통일 대통령' 이미지는 반 총장의 강점을 극대화하는 전략으로 조기 대선까지 짧은 검증 기간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유엔 사무총장 10년의 경험을 통일 이슈에 녹이고 통일 리더십을 부각하는 작업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 총장 주변에서는 2007년 17대 대선 당시 '경제 대통령' 이미지를 극대화한 MB(이명박)캠프를 벤치마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는 잦은 말실수, 도곡동 땅투기 및 BBK의혹 등을 경제를 살릴 지도자임을 부각시켜 돌파했다. 특히 중동 방문 등을 통해 현대건설 사장 당시 각종 건설수주를 따낸 최고경영자(CEO) 이미지를 제대로 각인시켰다. 반 총장 측은 지난해 북한 외무성으로부터 "통일 문제 해결에 기여하라"를 편지를 받았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반 총장은 귀국 직후 기존 정당에 합류하지 않고 중립지대에서 지지율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뒤 선거 막판에 보수ㆍ중도 대통합을 모색하는 대권행 시간표를 구상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2차 세계대전 영웅인 미국의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장군이 1952년 대선에서 공화당과 민주당 어느 쪽에도 가담하지 않다가 마지막 순간에 공화당 후보로 나서 당선된 일명 '아이젠하워 시나리오'다. 자금과 조직이 대거 투입될 독자 신당을 창당하거나 대규모 선거 캠프를 꾸릴 이유가 없다는 점, 합류 여부와 시기가 유동적이어서 경쟁 후보의 판세 예측이 쉽지 않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반 총장 주변에서는 '최소의 자금, 최대의 봉사'로 선거 캠페인의 고정 틀을 깨는 ‘반기문식 운동’을 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해외 언론의 혹평과, '기름장어'라는 별칭, 박연차 게이트 연루의혹 등 제기된 검증 항목들을 반박하는 자료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 총장은 국내 지원그룹들로부터 '데일리 리포트'를 받으며 국내 상황을 꼼꼼히 챙기고 있다고도 한다.
지난 22일 충청 출신인 경대수 박덕흠 이종배 새누리당 의원들이 미국 뉴욕에서 반 총장을 만났고, 정진석 전 원내대표는 국회 정보위원회 차원의 방미를 계기로 반 총장과 회동키로 하는 등 충청권 의원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반 총장이 무소속 지대에 머물 경우엔 알려진 것과 달리 충청권 의원들의 탈당행은 불발될 가능성도 있다.
한편 반 총장이 제3당을 통해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고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P는 반 총장이 인터뷰에서 "새누리당의 어려움으로 성공적인 선거운동에 상당한 난관이 있을 것"이라며 "늦은 시점에 신당 창당은 극도로 어렵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인터뷰가 개혁보수신당(가칭)의 분당 결정 이전인 지난 16일 이뤄져 반 총장이 말한 제3당이 개혁보수신당인지, 제3지대를 의미하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반 총장의 한 측근은 "최소한 1년 전부터 정치선거를 비밀리에 진행해 왔다. (대선출마는)1,000% 확실하다“고 FP에 말했다.
서상현 기자 lssh@hankookilbo.com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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