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범 수첩 "朴대통령, 영재센터 지원 요청"…제3자 뇌물수수 혐의 접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둘러싼 의혹과 관련해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정조준한 박근혜 대통령의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구성할 중요한 퍼즐 조각 하나가 나왔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 수첩에 박 대통령이 최순실 측에 대한 삼성그룹의 금전적 지원을 요구한 정황이 담긴 것을 특검팀이 포착한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안 전 수석이 박 대통령의 지시를 빼곡히 적은 수첩 지면에 "제일기획 김재열 사장.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 협조 요청"이라는 문구가 있었던 것이다.
삼성전자는 작년 10월∼올해 3월 최순실 씨의 조카 장시호 씨가 운영하는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2천800만원을 후원했는데 이는 청와대가 작년 7월 국민연금관리공단을 움직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한 데 따른 대가라는 의혹이 있다.
이 사건을 수사했던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최 씨와 장 씨,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공모해 김재열 사장에게 압력을 넣어 삼성전자의 후원을 끌어낸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최 씨와 장 씨, 김 전 차관에게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와 강요 혐의가 적용됐다.
그러나 안 전 수석의 수첩에 적힌 내용이 사실이라면 사건은 새로운 성격을 띠게 된다. 김 사장에게 가해진 외압의 배후에 박 대통령이 있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안 전 수석이 문제의 기록을 남긴 작년 7월 25일은 박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단독 면담을 한 날이다. 박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게 직접 최 씨 측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특검팀이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수사 결과를 토대로 중요한 한 걸음을 내디딘 셈이다.
두 회사 합병에 대한 국민연금의 찬성이 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고 박 대통령이 그 대가로 삼성그룹에 영재센터 후원을 요구한 것으로 밝혀진다면 박 대통령의 제3자 뇌물수수 혐의가 성립할 수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배후에 청와대 지시가 개입한 정황은 특검 수사에서 이미 상당 부분 규명됐다.
특검팀은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부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국민연금에 지시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특검팀은 문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청구한 상태다.
특검팀은 문 전 장관의 윗선인 청와대에 칼끝을 겨누고 있다. 안 전 수석을 소환 조사하고 김진수 청와대 보건복지비서관의 집을 압수수색한 게 이를 잘 보여준다.
안 전 수석은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하라는 지시를 김 비서관에게 내린 의혹이 있다.
안 전 수석이 박 대통령의 지시를 김 비서관에게 전달한 것으로 밝혀지면 박 대통령의 제3자 뇌물 혐의가 더 짙어지게 된다.
이미 26일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안 전 수석은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을 비롯해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 의혹에 휩싸인 각종 사업이 모두 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며 자신은 심부름꾼에 불과했음을 시사한 바 있다.
여기에다 박 대통령이 삼성그룹에 영재센터 후원을 요구한 의혹을 규명하면 특검팀의 혐의 적용은 한층 가능성이 커진다.
삼성전자가 작년 8월 최순실 씨의 독일 현지 법인 코레스포츠(비덱스포츠의 전신)와 220억원 규모의 컨설팅 계약을 맺고 35억원을 지원한 것도 새롭게 조명될 수 있다.
삼성전자의 영재센터 후원과 마찬가지로 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관한 국민연금의 찬성 대가로 삼성전자가 최 씨 측에 금품을 제공한 사건으로 밝혀질 수 있다는 얘기다.
박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의 작년 7월 25일 단독 면담도 더욱 주목된다.
이 부회장은 이달 6일 국조특위 청문회에서 박 대통령과의 면담 당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관한 말은 없었다고 말했지만, 양사 합병과 삼성그룹의 대가 제공에 관한 폭넓은 얘기가 오갔을 개연성이 커진 것이다.
'40년 지기'인 박 대통령과 최순실 씨가 경제적 공생관계라는 게 밝혀질 경우 박 대통령에게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특검팀은 최 씨 일가의 재산 형성 과정을 면밀히 추적 중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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