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선 발언ㆍ중동 정책 두고
트럼프 “정권 이양 걸림돌” 비난
같은날 통화 뒤엔 “순조롭다” 돌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측과 버락 오바마 행정부 사이의 정권 이양작업이 유례없는 잡음을 내며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외교ㆍ안보, 환경ㆍ교육ㆍ의료 정책 등에 전반에 걸친 이견이 증폭되면서 대립이 심화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28일 트위터를 통해 “오바마 대통령의 선동적 발언과 (정권 이양 작업의) 걸림돌을 무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순조로운 정권 이양이 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선동적 발언’과 ‘걸림돌’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대선에서 맞붙였다면 트럼프 당선인을 누르고 승리했을 것이라고 밝힌 것에 대한 앙금이 여전한 것으로 추정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오바마 대통령 발언이 알려진 직후에도 트위터에 “오바마 대통령이 나를 상대로 이길 수 있다고 말했지만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일자리 이탈, 이슬람국가(IS), 오바마케어 등이 발목을 잡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후에도 “오바마 대통령이 승부처인 경합주에서 열심히 선거운동을 했지만 패배했다”고 주장하거나, “내가 당선된 뒤 미국 소비자 신뢰지수가 급상승하고 있다”고 자랑하는 등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견제를 계속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도 오바마 대통령을 비판한 직후 “이스라엘이 무시되고 무례하게 취급되도록 방치돼선 안 된다. (대통령 취임일인) 1월20일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며 백악관에 입성한 직후 자신의 심기를 거슬리게 만든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을 원점으로 되돌릴 것임을 강력하게 시사했다.
다만 트럼프 당선인의 ‘오바마 때리기’는 이날 오후 이뤄진 두 사람의 전화통화 이후 누그러졌다. 트럼프 당선인은 연말 휴가를 보내고 있는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리조트 밖에서 정권 이양 상황에 대한 질문을 받자, “순조롭게 잘 되고 있다”고 몇 시간전과는 말을 바꿨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어 “(오바마 대통령과) 매우 좋은 대화를 나눴다. 일반적인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미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이 거친 내용의 트위터를 올린 이후 오바마 대통령이 하와이 휴양지에서 전화를 걸어와 이야기를 나눴다. 백악관도 “오바마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인은 다른 전화통화에서도 모두 긍정적이었다”며 “양측이 다음달 취임일까지 계속 협력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오바마, 개발 제한구역 지정 등
환경보호 정책 ‘마이웨이’ 계속
하지만 8년 치적을 사수하려는 오바마 대통령의 ‘마이 웨이’도 한편에서 계속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유타주의 ‘베어스 이어즈’와 네바다주 ‘골드 뷰트’를 국가 기념물로 지정했다. 개발 제한구역으로 새로 지정된 베어스 이어즈(5,463㎢)에는 고대 절벽 주거지를 포함해 10만개 고고학 유적지를 있으며, 골드 뷰트(1,214㎢)는 수려한 바위와 희귀한 화석 등 풍광이 뛰어난 곳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조치는 이 지역이 인근 원유 매장지 개발 과정에서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공화당 일부에서는 “보호구역 지정으로 석유와 가스 개발에 제한이 있고 거주민들이 캠핑과 산행 등에 제약을 받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언론은 지난달 이뤄진 ▦알래스카 연안 북극해 석유시추 금지 ▦옐로스톤 국립공원 인근 광산 개발 불허 등에도 환경보호ㆍ기후변화 분야에서 치적을 지키려는 오바마 대통령의 의도가 담긴 것으로 해석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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