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9일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교체인사가 발표됐지만 박근혜 대통령 탄핵정국에 따라 엉거주춤 유임된 유일호 경제부총리의 ‘마무리 투구’인 셈이다. 하지만 조기대선으로 가든 아니든, 일단 강판이 예고된 투수의 구위가 기운찰 리 만무하다. 여기저기 나랏돈을 쏟아 부어서라도 더 이상 경기악화를 막겠다는 뜻만은 분명하다. 문제는 여기서 더 나아가 우리 경제의 미래를 일구기 위한 승부수와 청사진이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부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6%로 낮아졌다. 당초 3.0%보다 0.4% 포인트 하향 조정됐다. 2%대 전망은 외환위기 때인 1999년 이후 처음이다. 그만큼 향후 경제여건이 비관적이라는 얘기다. 대외적으로는 미국 추가 금리인상,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정책 전환, 중국 기업부채 문제 등이 불안요인으로 꼽혔다. 내부적으로는 9월 이래 자동차ㆍ철도파업, 프리미엄폰 단종, 청탁금지법 시행 등으로 미미하나마 나타났던 경기회복세가 다시 꺾였다는 진단이다. 회복이 요원한 수출, 위축된 기업투자, 부동산시장 둔화, 가계ㆍ기업부채에 따른 리스크 증가 위험도 향후 국내 경기의 암초가 될 것으로 분석됐다.
복합불황 위기 타개를 위해 정부는 일단 재정ㆍ금융 등 가용재원을 최대한 동원, 총 20조원 이상의 경기보강책을 마련해 내년 1분기에 집중 투입한다. 이에 따라 약 20%였던 1분기 재정 집행률을 31%까지 높이고, 지방에도 1분기 재정 조기집행을 독려할 방침이다. 확대 투입되는 재정은 우선 민간ㆍ공공 일자리 창출과 서민 소득기반 확충에 집중적으로 쓰인다. 아울러 저소득층 소득기반 악화 등에 따른 분배문제 개선을 위한 정규ㆍ비정규직, 하청근로자 차별 완화 등에도 재정 확장분을 적극 투입키로 했다.
그래도 재정정책은 기껏해야 전반적 경기회복을 위한 마중물 역할밖에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지금은 전통적 수준을 넘는 새로운 차원의 재정정책에 대한 고민이나, 한계상황에 이른 국내 핵심 제조업의 고부가가치화, 산업구조개편을 이끌 전략적 장단기 정책이 절실하다. 하지만 이번 정책방향에선 그런 고민의 흔적이 없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그동안 산업부와 미래부, 문체부 등에 분산됐던 정책과 사업을 조정할 ‘4차 산업혁명 전략위원회’를 뒤늦게나마 신설키로 했지만, 정작 미래를 어떻게 준비할지를 두고는 부처별 각론을 수렴할 접점조차 잡지 못한 느낌이다. 경제정책이 응급처치 차원의 방어적 수준을 넘어 합당한 소신과 비전을 담은 전략적 면모를 갖추기 위해서라도 탄핵국면에 따른 국정공백의 조기 종결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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