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 청소년 대상 사격장 논란
실탄 사격 없어도 실제 권총 사용
“집중력 향상… 학교폭력 예방” vs
“테러 상징 총기 활용 위험천만”
경북 포항시가 학교 폭력 예방교육의 일환으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시뮬레이션(가상) 사격장을 설치하기로 해 논란이다. 예산 지원 근거도 불명확하고, 실탄사격은 하지 않지만 실제 권총을 사용하게 돼 되레 청소년의 폭력성을 부추길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포항시는 내년 1월부터 6월까지 시비 3,500만원을 들여 포항시 남구 해도동 104의 1 포항남부청소년경찰학교 건물 2층에 지역 청소년을 위한 ‘시뮬레이션(가상) 사격장’을 구축키로 했다. 포항시는 “청소년 사격장이 설치되면 일반 시중에서 볼 수 없는 경찰 권총을 직접 손으로 만져보고 사격을 통해 집중도 향상과 흥미유발로 학교폭력 예방교육의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청소년들이 총기 사용 법적 근거와 중요성을 인식하고 경찰업무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며 “범죄예방 심리를 확산하고 경찰관 진로와 직업에 대한 동기 부여가 된다”는 이유도 들었다.
하지만 사격장 운영 효과도 확실치 않고 되레 폭력성을 조장할 수도 있어 반대여론이 높다. 최근 끝난 포항시 정례회에서 사격장 리모델링 예산 심의 과정에도 격론이 벌어졌다.
게다가 시뮬레이션 사격장을 설치할 청소년경찰학교 2층은 30㎡ 가량밖에 되지 않아 청소년들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다.
박경열 포항시의원은 “총을 쏘는 게 어떻게 해서 학교폭력을 예방한다는 것인지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포항시가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활동 지원 조례에 따라 혈세를 지원한다는 데 이 또한 합당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게다가 기존의 포항남부청소년경찰학교도 당초 설립 취지와 달리 개점휴업 상태인 경우가 많아 논란을 가중시킨다. 포항남부청소년경찰학교는 교육부와 경찰청이 유휴파출소를 활용하고 학교폭력을 예방한다는 취지로 지난 10월 옛 형산파출소를 리모델링해 설치했다. 하지만 별도의 정원이 배정되지 않아 관리 인력 부족으로 평소에는 대부분 문이 잠겨 있다. 내부 공간도 100여㎡로 협소해 제대로 된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포항지역사회복지연구소 양만재 소장(사회복지학 박사)는 “전 세계적으로 테러와 총기 사고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데 총기의 위험성을 가르쳐도 시원찮은 판국에 경찰 권총을 만지면 학교 폭력을 예방한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다”며 “청소년경찰학교도 활용되지 못하는데 사격장을 설치한다는 건 탁상행정이며 예산낭비다”고 지적했다.
이에 포항시 관계자는 “청소년경찰학교에 대한 많이 홍보가 부족해 이용률을 높이는 차원에서 사격장을 설치하는 것으로 학교 폭력을 직접적으로 예방하기 위해 구축하는 것은 아니다”며 “사격장이 만들어지면 학생들이 청소년경찰학교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당초 계획한 학교폭력 프로그램도 자주 운영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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