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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곳에선/‘수박특구’ 경남 함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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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곳에선/‘수박특구’ 경남 함안군

입력
2016.12.2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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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안의 겨울은 수박이 익어가는 계절”

겨울수박 전국 70% 생산…수박산업특구 지정

국내 첫 ‘컬러수박’ 상품화…2020년 매출 420억 달성…원예산업 중심지로

이달부터 본격 출하를 시작한 함안겨울수박. 함안군 제공
이달부터 본격 출하를 시작한 함안겨울수박. 함안군 제공

따뜻한 남녘의 겨울을 시샘하듯 한파가 몰아 닥친 29일 경남 함안군 군북면 월촌리 들판에 빼곡히 들어선 비닐하우스에서는 굵은 땀방울을 훔치며 겨울수박 출하를 준비하는 농민들의 순길이 분주했다. 이곳에서는 더 이상 겨울이 농한기가 아니며, 수박이 여름을 대표하는 과일이라는 말도 무색해진 지 오래다.

1800년대 남강을 끼고 있는 군북면 월촌리 일대에서 수박을 처음 재배한 것으로 알려진 함안에서는 1980년대 들어 비닐하우스 재배가 시작됐다.

긴 역사만큼 재배기술 또한 다른 지역보다 앞선다. 높은 당도를 가진 일반 수박과 씨 없는 기능성 수박, 컬러수박 등 차별화 한 상품들을 처음 선보인 곳도 함안이다.

함안수박은 전국 최초의 시설재배, 전국 첫 일본 수출, 전국 최초 씨 없는 수박 실용화 및 생산 등 ‘전국 최초’란 수식어가 따라 다닌다. ‘최초’는 이 지역 농민들의 자부심이자 자존심이다.

함안수박이 대한민국 대표수박의 자리에 오르기까지는 지형상 남강과 낙동강을 끼고 있어 오랜 세월 강변에 퇴적된 사질토의 자양분과 풍부한 일조량 등 최적의 생산조건이 큰 몫을 했다.

물 빠짐이 좋은 비옥한 들판으로 최적 조건을 갖춘 군북면 월촌리에서는 1930년대부터 이미 비닐터널식 촉성재배가 시작된 가운데 함안은 올해 총 1,700여 농가(재배면적 1,666ha)에서 6만5,000톤의 수박을 생산했다. 시설재배 규모로는 경남의 47%, 전국의 13%를 차지했다. 이달부터 내년 4월까지 생산되는 겨울수박은 전국 생산량의 70%가 함안수박이다.

겨울수박은 매년 9, 10월쯤 모종을 심어 12월부터 출하를 시작한다. 일조량이 풍부해 비닐을 2, 3중으로 겹겹이 설치하고 보온덮개만 덮으면 기름이나 연탄 등 별도의 난방을 하지 않고도 한겨울에 수박을 재배할 수 있다.

천혜의 조건과 오랜 세월 축적된 재배기술로 함안수박은 전국에서 가장 이른 12월부터 출하돼 이듬해 4월까지 생산된다. 올해 겨울수박은 148㏊에서 3,400여톤을 생산, 8억9,000여만원의 수입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함안군 군북면 월촌리 들판의 겨울수박 비닐하우스 단지. 함안군 제공
함안군 군북면 월촌리 들판의 겨울수박 비닐하우스 단지. 함안군 제공

겨울수박은 여름수박과 비교해 농민들에게 1개당 30~50% 높은 소득을 안겨 준다. 월촌 들녘을 빼곡히 메운 비닐하우스 한 동(길이 100m, 높이 2.2m)에서는 최상품 기준 400여개의 수박이 생산된다. 크기는 여름수박보다 조금 작지만 품질의 척도인 당도는 평균 11브릭스(Brix)로, 여름철 12~13브릭스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30년째 수박농사를 짓고 있는 김영수(56ㆍ군북면 월촌리)ㆍ최경숙(53)씨 부부는 “비닐하우스 안 온도 유지가 관건”이라며 “낮 동안 햇볕을 받은 비닐하우스 안 온도는 섭씨 30~32도까지 올라가지만 밤 사이엔 보온덮개를 덮어 7~10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08년 4월 수박작목 최초로 지리적 표시제를 등록한 함안수박은 2009년 1월 농산물브랜드 수박부문에서 한국지방자치 브랜드 대상을, 2009년과 2010년 2년 연속 신 활력 중앙단위 평가에 우수 군으로 선정돼 12억원의 재정 인센티브를 받는 등 품질의 우수성은 자타가 공인한다.

또 2002년부터 세계적 종묘회사인 네덜란드 누넴사와 기술협약을 맺고 우장춘 박사의 ‘씨 없는 수박’ 재배에 들어가 2007년 전국 최초로 실용화 및 대중화에 성공하는 등 기술력도 남다르다.

함안수박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잡고 있는 컬러수박 4총사. 함안군 제공
함안수박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잡고 있는 컬러수박 4총사. 함안군 제공

최근 대표 브랜드로 성장하며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은 ‘컬러수박 4총사’. 긴 타원형으로 속이 노란 망고수박을 비롯해 껍질이 검은색을 띠며 씨가 없는 흑피수박, 검은색 껍질의 씨 있는 흑미수박, 노란색 무늬의 황금수박이 그것.

이들 4개 품종의 컬러수박은 올해 180여 농가에서 72㏊를 재배(4,200여톤 생산),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대형 매장을 통해 인기리에 판매됐으며, 일반수박에 비해 20~40% 높게 가격이 형성되면서 농가소득에 크게 기여했다.

특히 함안군은 지난 7일 ‘함안 수박산업특구’로 지정되면서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수박산업 1번지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군은 질 좋은 수박을 생산하는 수박 주산지로서의 명성을 더 높이고, 특화사업 추진으로 대한민국 대표 수박특구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일정 지역의 규제완화를 통해 특화사업을 지원하는 수박산업특구 지정에 따라 군은 가야읍과 군북ㆍ대산면을 비롯한 7개 읍ㆍ면 2,070개 필지(597만5,068㎡)에 내년부터 5년간 총사업비 176억여원을 투입, 4개 분야에 걸쳐 12개 특화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주요 내용을 보면 인적 자원의 효율적 관리를 통한 재배농가의 전문화 및 조직화, 컬러수박 및 씨 없는 수박 등 소비자 선호형 명품수박 생산을 위한 기반 구축, 생산자 중심의 유통구조 혁신을 위한 농산물 종합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설립, 함안수박 역사공원 조성 및 함안수박축제 전국화 등 6차 산업화 계획이 포함됐다.

군은 이번 특구 지정으로 수박재배 여건을 개선하는 한편 관련 지역산업의 동반성장을 통한 농가소득 향상, 지역경제 활성화와 함안수박의 대외적 브랜드 가치 상승 등으로 5년간 545억여원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 군은 수박특구에 적용될 각종 규제 특례에 대해 행정자치부 등 관련 부처와의 협의를 마쳤으며, 향후 전담부서를 신설하고 생산농가와 외부전문가를 포함한 ‘함안수박 명품화 사업단’을 출범시켜 사업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행정력을 모으기로 했다.

함안=이동렬 기자 d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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