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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기술 수출계약, 또 날아든 ‘해지 통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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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기술 수출계약, 또 날아든 ‘해지 통보’

입력
2016.12.2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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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5조원대 계약 수포

사노피에 계약금 절반 반환

지난해 6건 중 3건 흐지부지

“설익은 성과 부풀리기” 반성 속

“세계적 공룡업체의 몽니” 지적도

한미약품이 다국적제약사 사노피와 맺은 당뇨병 신약 기술 수출 계약이 일부 해지됐다. 이에 따라 한미약품이 지난해 성사시킨 총 9조원 규모의 신약 기술 수출 계약 6건 가운데 절반이 1년 만에 중단 또는 보류되며 흐지부지됐다. 업계에선 설익은 신약 기술 수출 성과를 너무 부풀린 것 아니냐는 반성과 함께 다국적 제약사의 횡포에 맞설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11월 사노피와 체결한 당뇨병 신약 수출 계약을 일부 변경했다고 29일 밝혔다. 수정된 부분은 사노피가 개발하기로 한 신약 후보 물질 3가지 가운데 1가지를 중단하고, 나머지 2가지도 한미약품이 비용을 일부 부담하거나 개발을 더 진전시킨 뒤 사노피가 인수한다는 내용이다. 한미약품은 또 임상시험용 약을 사노피에 원활하게 공급하지 못한 것과 관련, 계약금(4억유로)의 절반인 1억9,600만유로(약 2,500억원)도 반환하게 됐다.

한미약품과 사노피의 계약은 계약금과 개발 단계별 기술료 35억유로(4조3,000억원)를 포함하면 국내 제약 사상 최대인 5조원 규모였다. 그러나 계약금은 반토막, 단계별 기술료도 27억2,000만유로(3조4,000억원)로 확 깎였다. 이에 앞서 지난 9월 8,500억원 규모의 베링거인겔하임 항암제 수출 계약도 해지됐다. 지난달엔 1조원 규모인 얀센 당뇨병ㆍ비만치료제 계약의 임상시험 환자 모집이 유예됐다.

이날 한미약품의 주가는 10.41%나 폭락, 30만5,500원에 마감됐다. 지난해 11월 80만원선도 돌파했던 주가는 이제 30만원선도 위태로운 상태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불확실성이 높은 신약개발의 특성상 일정 지연이나 계약 변경 등은 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여러 단계의 임상시험을 거치며 효능이나 안전성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아 신약의 성공률은 10%에도 못 미친다. 한 대학 교수는 “이런 일을 겪으면서 경험이 쌓이고 실력도 느는 것”이라며 “남은 기술 개발에 매진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수출 준비나 전략이 탄탄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적잖다. 사노피에 수출한 건 생체 유래 물질로 이뤄진 바이오의약품이다. 화학의약품보다 다루기가 훨씬 까다롭다. 바이오의약품 생산 경험이 거의 없는 한미약품은 수출 계약 후 임상시험에 쓸 약을 사노피에 제때 공급하지 못했다. 사노피는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 계약금 일부를 되돌려달라 요구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신약개발 계약에선 단계별 기술료를 받을 수 있을지 불확실한 만큼 계약금이 중요한데, 이를 반환하게 된 건 아쉽다”고 말했다.

사노피가 개발을 중단한 물질은 인슐린이다. 당뇨병 환자에게 직접 주입해 혈당을 낮춰주는 약이다. 기존 인슐린은 매일 투여해야 했다. 한미약품은 인슐린이 체내에서 천천히 분비되도록 해 주 1회 투여하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투여 후 살이 찐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에 혈당을 떨어뜨리면서 살도 빠지는 물질(에페글레나타이드)과 이를 인슐린과 결합한 또 다른 물질(콤보)도 함께 개발했다. 그러나 이 3가지 물질을 모두 사간 사노피는 콤보와 에페글레나타이드가 향후 당뇨병 시장의 주류가 될 것으로 보고 인슐린 개발은 중단하겠다고 알려왔다. 더구나 사노피는 아직 에페글레나타이드와 콤보의 임상 시험도 시작하지 않았다. 한 신약개발 연구자는 “일부 대형 제약사들이 미래의 경쟁 제품 출시를 방해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해당 기술을 사들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귀띔했다. 한미약품이 다국적 제약사의 덫에 걸려 들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내 제약사들이 자체적으로 신약개발 전 과정을 끌고 가기엔 역량이 부족하다. 신약 개발비(약 1조원)는 국내 최상위 제약사의 연 매출과 맞먹는다. 수많은 환자를 끌어 모으는 일도 쉽지 않다. 막대한 자본이나 병원 네트워크를 가진 외국 기업과 손을 잡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불이익을 당해도 별다른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유한양행도 폐암치료제 기술을 중국 기업 뤄신에 수출했다 자료만 넘겨주고 계약금도 못 받았다. 결국 유한양행은 28일 계약을 해지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업체 규모를 키우고 기술수출 전략 전문가를 양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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