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센터 후원금 공모 다른 대응
김종 “대통령 지시” 일부 인정
차은택, 포레카 지분 강탈 부인
비선실세 최순실(60)씨와 그 조카 장시호(37)씨, 김종(55)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공모해 삼성으로부터 16억2,800만원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영재센터) 후원금을 받아낸 혐의 등에 대해 최씨 측은 “공소사실을 부인한다”고 주장한 반면 장씨 측은 “직권남용과 강요 혐의를 인정한다”고 밝혔다. 김 전 차관은 일부 혐의를 인정하며 “대통령 지시였다”고 밝혔다. 검찰이 공범으로 기소한 이들이 각각 다른 대응책을 내놓은 셈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29일 열린 공판준비기일에서 최씨측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는 “동계스포츠 육성 프로그램 제안자는 김동성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고 그 후원자는 장씨”라면서 최씨가 김 전 차관에게 도움을 요청한 적은 있지만 특정 기업을 지목해 후원금을 받아달라고 한 적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최씨 측은 이날 두 사람과의 공모관계를 모두 부인하고, 영재센터 운영과정에서 단 한 푼의 이익도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장씨 측 변호인은 삼성 등으로부터 16억원대 후원금을 받은 것에 대해 “직권남용과 강요에 대해 인정한다”고 짧게 밝혔다. 다만 상대가 강요에 의해 후원금을 지급했는지는 특검이 뇌물죄로 수사하고 있으니 이후 다시 의견을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김 전 차관 측은 일부 혐의를 인정했지만 대통령 지시사항이라 거부할 수 없었다고 피력했다. 그랜드코리아레저(GKL) 측에 영재센터 후원을 검토해달라고 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삼성그룹에 후원금을 종용한 사실은 없다고 부인했다. 김 전 차관 측은 “혐의를 모두 부인하는 최씨와 달리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는 점을 참작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들의 공모관계 입증을 자신하며 “최씨 지시에 따라 장씨가 차를 운전해 김 전 차관을 한강 고수부지나 대치동 인근으로 오게 한 뒤 (최씨가) 업무를 지시한 것 등 공모에 따른 업무 분담을 입증해 보이겠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에서 최씨 측 변호인과 검찰은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지난 19일 최씨 측이 미르ㆍK스포츠재단 강제모금 등 혐의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이 강압적으로 수사했다고 언급한 데 대해 검찰이 반박하면서다. 검찰은 “최씨를 1차 기소한 후 변호사 입회 하에 영재센터 관련 공모 혐의 수사를 진행했다”며 “구두조사 시에도 변호인이 입회하는 등 최씨 방어권 보장과 적법 절차를 철저히 준수했다”고 밝혔다. 오히려 이 변호사가 최씨의 입회 요청을 ‘이 건에 대해서는 정식 선임계약이 없다”며 거절했다고도 덧붙였다. 이 변호사는 “공소사실이 아니라 반박할 생각 없다”며 “검찰이 왜 장황하게 강조하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날 최씨와 장씨, 김 전 차관은 모두 법정에 불출석했다.
포스코 계열사 광고회사인 포레카 지분 강탈에 가담한 혐의로 최씨와 함께 기소된 차은택(47)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의 2차 공판준비기일도 이 날 같은 법정에서 열렸다. 차 전 단장은 법정에 출석해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서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다”고 고개를 숙이면서도 혐의는 부인했다. 차 전 단장 측은 “최씨 지시에 따라 포레카를 인수하려는 과정에서 최씨가 세무조사를 운운해 그런 일은 막아야겠다고 생각했다”며 포레카 인수 회사를 설득하려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자신에게 적용된 여러 혐의 가운데 광고회사 아프리카픽처스에서 운영자금 10억여원을 횡령한 혐의에 대해서만 죄를 인정했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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