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와 하와이 동행한 이나다
귀국 다음날 기습적 신사 참배
진주만 희생자 위령 무색게 해
韓ㆍ中 아랑곳 않고 우익 달래기
정부, 日공사ㆍ국방무관 초치
中도 “엄정한 항의 제기할 것”
일본 아베정부의 방위장관이 29일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신사를 기습적으로 참배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진주만 방문 당일 부흥장관의 참배에 이은 조직적 행보라는 점에서 동북아 평화질서를 심각히 훼손하는 폭주가 아닐 수 없다. 이에 우리 정부는 주한 공사와 무관을 초치하고 강력 항의했다.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ㆍ57) 일본 방위장관은 이날 오전 7시55분께 도쿄(東京) 지요다(千代田) 구 소재 야스쿠니신사를 전격 방문했다. 현직 방위장관의 야스쿠니 참배는 2007년 방위성 승격 이후 처음이다. 그는 참배 후 기자들에게 “방위대신인 이나다 도모미가 한 명의 국민으로서 참배한 것”이라며 “지금의 평화로운 일본은 국가를 위해서 목숨을 바친 분들의 토대 위에 있다”고 밝혔다.
이나다의 야스쿠니 참배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행정개혁담당상으로 재직했던 2013년 4월 28일(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발효일), 8월 15일(패전일)에 야스쿠니를 참배했으며 이후 자민당 정조회장으로 자리를 옮긴 후에도 참배를 했다. 그는 또 그간 위안부 문제 관련 일본의 책임이나 A급 전범을 처벌한 극동군사재판(도쿄재판)을 부정하는 듯한 발언도 해 왔다. 그는 26~27일 아베 총리의 미국 하와이 진주만 방문에 동행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나다의 야스쿠니 참배가 아베 총리의 진주만 방문 직후라는 시점 때문에 특별한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앞서 28일 이마무라 마사히로(今村雅弘) 부흥장관이 야스쿠니를 참배했던 터라 아베 내각의 조직적 참배 행보는 아베의 진주만 방문을 반대하는 일본 우익세력 달래기 차원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보수 지지층에선 총리가 자신의 정치신조보다 현실적 외교를 우선한다는 불만으로 끓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베 총리의 측근 의원도 “보수적인 지금 총리였으니 가능하지 다른 사람이었으면 보수층이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라고 자민당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이날부터 연말 휴가에 들어간 아베 총리는 가나가와(神奈)현 골프장에서 기자들로부터 질문을 받자 “노코멘트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나다와 이마무라의 잇단 야스쿠니 참배는 또 우익정권의 정체성을 강화하며 중국이나 한국의 비판에 꺾이지 않겠다는 무모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나다는 야스쿠니 참배에 대한 주변국 반발에 대해 “어떤 역사관을 가져도, 어떤 적 혹은 아군이더라도, 어떤 국가라도 조국을 위해서 목숨 바친 분들에 감사와 경의, 추도의 뜻을 표하는 것은 이해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극우성향 산케이(産經)신문은 아예 “야스쿠니를 참배해서 진주만 방문을 보고해야 한다”면서 “과거에만 눈을 돌려 역사문제로 우위에 서려는 중국과 한국에 관용을 이해하도록 압박하는 것”이라고 황당한 주장을 폈다.
이에 우리 외교부와 국방부는 각각 마루야마 고헤이 주한일본대사관 총괄공사대리(공사)와 다카하시 히데아키 주한 일본 국방무관을 초치해 우리 정부의 강력한 항의 입장을 전달했다. 외교부는 또 대변인 논평을 통해 "일본의 책임 있는 정치인이 오늘 과거 식민 침탈과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전쟁 범죄자를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데 대해 정부는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면서 "일부 (일본) 각료가 보인, 한일관계 개선 노력에 역행하는 행위는 매우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중국 정부도 강력 반발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이나다의 야스쿠니 참배는) 일본 일부 인사의 고집불통과도 같은 잘못된 역사관을 여실히 증명한다”며 "일본에 엄정한 항의(교섭)를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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