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비엔날레‘쿡 폴리’창업자로 선정
한옥 폐가 수리해 한식당‘청미장’열어
도심재생ㆍ청년창업‘일석이조’기대
“맛있는 요리와 따뜻한 정담이 있는 공간을 만들겠습니다”
신도심 개발로 날로 쇠락해가는 옛 도심에 청년들이 맛있는 음식 골목을 조성해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팔을 걷어붙였다. 주인공은 광주비엔날레재단이 추진하는 도심재생사업인 3차 광주 폴리(Follyㆍ도심에 설치한 기념할 만한 작은 상징 건축물) 사업의 하나인 ‘쿡 폴리’에 참여한 7명의 청년창업자.
이들은 광주 대표적 구도심 동구 산수동 옛 굴다리 부근에 오래된 한옥 2채를 새로 단장해 한식당과 양식당으로 나눠 개업을 준비하고 있다. 1970년대 지어진 20평 규모의 한옥을 보수해 한식당인 ‘청미장(淸美粧)’을 오는 1월 10일 열 예정이다. 바로 옆에 있는 양식당은 집을 보수하는 과정에 무너져 유리온실 형태로 지어졌다.
광주 쿡 폴리는 서울 이태원에 요리의 거리를 만들어 낸 장진우 셰프가 감독을 맡아 지난 7월부터 시작됐다. 이들 청년은 광주비엔날레 재단이 공모한 창업자들로 선정돼 ‘맛있는골목협동조합’을 구성했다. 이후 4개월 동안 서울에 머물며 장 감독으로부터 음식재료 구입에서 메뉴 개발, 요리법과 손님 접대방식 등에 대한 지도를 받았다. 광주로 내려와 청미장 개장을 준비하면서 곱창전골과 불고기전골, 도가니탕의 일종인 스지(소 힘줄)전골 3가지 메뉴를 개발했다.
청미장이란 상호는 1950년대 광주 동구 황금동에서 처음 문을 연 한정식집에서 따왔다. 바로 옆에 있는 양식당은 레스토랑과 카페 형태로 운영한다.
이들 한옥 2채는 광주 동구가 빈집 구입 예산으로 사들였고 광주비엔날레 재단이 폴리 사업비로 새로 단장했다. 이 식당은 맛있는골목협동조합이 운영하고 수익금의 20%를 미래 청년사업가 육성 기금으로 적립하게 된다. 재단은 일정 기금이 모이면 새로운 청년 사업가를 발굴해 지원할 예정이다.
다들 요리에 뜻을 두고 공동 창업에 뛰어든 청년들이지만 살아온 면면은 매우 다양하다.
직장생활을 접고 ‘정년이 없는 요리사’로 전직한 성원재(37)씨, ‘요리로 사람과 소통하고 싶다’는 프랑스 유학파인 박고운(25)씨. 호주에서 2년간 인턴십을 다녀온 채한솔(25)씨 등이 쿡 폴리에 참여했다.
맛있는골목협동조합 오명구(32) 이사장은 “조그만 요식업체를 운영하다가 부족함을 느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쿡 폴리에 참여하게 됐다”며 “조합원 각자가 개성 있는 요리를 개발해 창업함으로써 이 일대를 ‘맛의 골목길’로 만들어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한 나세환(25)씨는 “취직시험 준비를 하다 요리에 취미가 있어 요리사로 진로방향을 바꿨다”며 “누구나 언제든지 찾아와 따뜻한 음식을 먹으며 편하게 쉬어가는 쉼터로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광주비엔날레 양태영 광주폴리팀장은 “청미장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광주의 대표적 걷기 명소인 푸른길을 연결하는 디딤돌 역할을 할 것”이라며 “외지인들이 많이 찾아오는 명소로 가꿔 청년창업과 구도심 재생을 한꺼번에 이루는 대표적인 사례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종구 기자 sor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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