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거 중이거나 가출해 혼인관계가 끝난 배우자에게 연금을 나눠 받을 수 있도록 한 국민연금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국민연금도 부부 공동재산이라는 취지를 인정하더라도, 실질적인 혼인관계가 유지되지 않았던 동안 쌓인 연금까지 배우자에게 나눠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한모(63)씨는 1975년 박모(63)씨와 혼인신고를 하고 11년간 결혼생활을 했다. 그러던 중 박씨가 가출한 뒤 20년 가까이 혼자 살았다. 한씨는 2004년 2월 박씨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냈고, 2014년 4월 조정을 통해 이혼이 성립됐다.
법적 정리가 끝났지만, 어찌된 일인지 한씨 통장에 입금되던 국민연금(노령연금)은 77만여원에서 49만여원으로 줄어들었다. 박씨의 청구에 따라 국민연금공단이 한씨의 연금을 분할지급해 준 것이다. 국민연금법 제64조는 국민연금에 가입한 기간 중 5년 이상 결혼생활을 한 이혼 배우자에게 연금을 나눠 받을 권리(분할연금 수급권)를 보장하고 있다.
한씨는 연금 분할지급 결정을 취소하라며 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와 함께 국민연금법 64조가 헌법에 어긋난다며 법원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을 냈지만 기각되자 헌법소원을 냈다.
헌법재판소는 이 조항이 연금수급권자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며 29일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법률혼 관계에 있었지만 별거나 가출 등으로 실질적인 혼인관계가 존재하지 않았던 기간을 일률적으로 혼인기간에 포함시켜 분할연금을 계산하도록 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국회는 2018년 6월 30일까지 이 법을 개정해야 한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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