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기준 전면 변화 예고
정부가 자식이 셋은 있어야 ‘다자녀’로 인정해 주던 각종 혜택을 두 자녀만 있으면 지원하는 쪽으로 정책을 바꾼다. 현재 65세 이상인 노인의 기준을 상향하는 방안도 범정부 차원에서 추진된다. 저출산 고령화가 이미 대세가 된 상황을 인정하고, 나라 복지 기준의 패러다임을 현실에 맞게 전면적으로 손질하려는 시도다. 특히 노인 기준 변경은 고령층이 받는 복지 혜택 변화와 직결돼 있어, 사회적 논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9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주재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이 담긴 ‘2017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정부는 내년 중 다자녀 기준을 ‘세 자녀’에서 ‘두 자녀’로 바꾸는 방안을 적극 추진한다. 지금은 ▦국가장학금 ▦보육시설 우선권 ▦세금감면 ▦주택공급 우선권 ▦전기ㆍ가스료 감면 등의 혜택이 세 자녀 이상 가구부터 지원되는데, 그 기준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 수(합계출산율)가 1.2명에 그쳐 한 자녀 가구가 가장 많은 현실에서, 대부분 부모에게 ‘세 자녀 혜택’은 현실성 없는 지원책이라는 게 정부 판단이다.
정부 용역 결과가 내년 4월 나올 예정이어서, 이르면 내년 하반기 두 자녀 가정에 ‘다자녀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이 현실화할 것으로 보인다. 두 자녀까지 혜택을 한 번에 다 열어 주면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어, 가능한 것부터 순차적으로 바꾸는 식이 유력하다. 결혼을 하면 최대 100만원 세금을 깎아주는 내용도 경제정책방향에 담겼는데 역시 이런 저출산 해소책과 맞물려 있다.
정부는 이와 함께 대부분 65세인 각종 법령 및 정책상 노인 기준을 점차 높이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의학 발전과 삶의 질 개선 덕분에 60대 중반에도 정신ㆍ신체적 건강을 유지하는 이들이 많은 데다,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매년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65세 이상 인구는 1990년 5%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12.8%로 배증했고, 2027년 21%를 넘어서며(21.7%)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전망이다. 고령화사회(노인 비율 7% 이상)에서 초고령사회까지 가는데 걸리는 기간이 불과 27년인데, 이는 일본(37년) 미국(89년) 프랑스(157년)에 비해 훨씬 빠른 세계 최고 속도다. 기준을 높이지 않으면 노인 복지지출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증가할 뿐 아니라, 조기 은퇴로 인한 사회적 손실도 커진다.
정부는 ▦기본법 제정 등을 통해 67세나 70세 등으로 일괄 통일하는 방안 ▦사회적 관념 기준만 상향하고 개별법 기준은 단계적으로 조정하는 방안 등을 놓고 검토 중이다. 다만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투표율 높은 고령층 표심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곧바로 노인 기준 상향이 구체화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노인 기준 상향은 필요성이 인정되지만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란 점에서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정재훈 서울여대 교수는 “노인 기준이 당장 높아지면 복지혜택 사각지대가 생겨 혼란이 온다는 점에서 반발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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