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에 25㎝ 이상… 염색ㆍ퍼머 못해
해병대 여중사가 백혈병 등 소아암으로 머리가 빠진 어린이들을 위해 4년간 머리카락을 잘라 기증해 눈길을 끌고 있다. 경북 포항시에 주둔 중이 해병대 1사단 천혜옥(34ㆍ사진) 중사의 얘기다.
그는 지난 2013년부터 한 번에 25㎝ 이상의 모발을 잘라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에 기증했다. 이렇게 지난 4년간 기증한 모발은 75㎝가 넘는다. 천 중사 등이 기증한 모발은 가발전문 업체에서 가발을 제작, 항암치료 등으로 머리가 빠진 어린이들에게 전달된다.
천 중사는 건강한 머리카락을 유지하기 위해 지난 4년 간 단 한번도 퍼머나 염색조차 하지 않고 생머리를 유지했다. 퍼머 등으로 약품처리 되면 가발 제작을 위한 열처리 과정에서 녹아버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군인 신분으로서 25㎝ 이상 머리를 잘라낼 수 있을 정도로 길게 기른다는 것은 보통정성으론 어림도 없는 일이어서 보는 이를 놀라게 했다.
천 중사는 또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에 매달 2만원씩, 소년ㆍ소녀가장을 돕는 희망이음교육원에 1만원 등 기부천사라는 사실도 이번에 알려졌다.
그는 “어머니께서 위암으로 투병하다 돌아가셨는데, 우연히 백혈병으로 항암치료를 받는 어린이들이 민머리를 감추려고 모자를 챙겨 쓰는 모습을 보고 머리카락 기부를 결심했다”며 “머리를 길게 길렀다가 잘라야 해 번거롭기도 하지만, 나의 작은 노력이 어린이들에게 큼 힘이 되고 기쁨을 줄 수 있다는 게 되레 감사하다”고 말했다.
천 중사의 머리카락 기증에 영향을 받아 친오빠(36)도 머리를 길러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에 기부하고 나섰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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