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의 체감경기가 제자리 걸음만 반복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12월 제조업의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72로 전월과 같았다.
BSI는 기업이 느끼는 경기 상황을 나타낸 지표로 기준치(100) 이상이면 경기를 좋게 보는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많다는 뜻이다. 이달 조사는 지난 15∼22일 전국 3,313개 법인기업을 대상으로 실시됐고 2,886개 업체(제조업 1,793개, 비제조업 1,093개)가 응답했다.
제조업의 업황BSI는 답보상태에 빠져있다. 올해 3월 68에서 4월 71로 오른 뒤 6월까지 같은 수준에 머물렀고 7월에 72로 상승했다가 8월에 71로 다시 내려왔다. 지난 11월에 72로 1포인트 높아졌지만 이달에는 제자리걸음을 했다. BSI가 9개월째 71∼72에 머문 것은 기업들이 내수와 수출 부진으로 뚜렷하게 반등하지 못하는 현실을 반영한다.
내년 초 경기 전망도 밝지 않다. 제조업의 내년 1월 전망BSI는 71로 11월에 조사한 12월 전망치(72)보다 1포인트 떨어졌다. 12월 제조업의 업황BSI를 기업별로 보면 대기업이 80으로 3포인트 올랐고 중소기업은 62로 2포인트 떨어졌다. 수출기업은 4포인트 오른 76으로 집계됐고 내수기업은 70으로 11월보다 2포인트 내려갔다. 부문별로는 매출(85), 생산(89), 신규수주(85) 등의 BSI가 한 달 전보다 1포인트씩 올랐지만, 채산성(86)은 1포인트 떨어졌다.
업종별로는 자동차가 11월 79에서 12월 89로 큰 폭으로 올랐고 1차금속(71→77), 석유정제·코크스(61→67)도 오름세를 나타냈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달 신차가 출시된 효과로 자동차 업종의 체감경기가 좋아졌고 1차 금속은 중국산 철강 가격 상승의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반면 전자·영상·통신장비(74)와 전기장비(66)은 11월보다 나란히 4포인트 떨어졌다. 제조업체들은 경영의 애로사항으로 내수부진(23.0%)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불확실한 경제상황(21.3%), 수출 부진(11.3%), 경쟁 심화(10.0%), 환율(6.9%) 등이 뒤를 이었다. 불확실한 경제상황에 대한 응답 비중이 11월보다 1.0%포인트 확대됐다.
서비스업을 포함한 비제조업의 12월 업황BSI는 74로 11월보다 1포인트 올랐다. 매출BSI가 3포인트 높아진 87로 집계됐고 채산성은 89로 2포인트 올랐다. BSI에 소비자동향지수(CSI)를 합성한 12월 경제심리지수(EBS)는 91.2로 한 달 전보다 1.6포인트 하락했다.
한은이 내년 기업경기 전망을 추가로 조사한 결과, 제조업 업황전망BSI는 81로 올해 실적BSI(78)보다 높게 나타났다. 한은 관계자는 “업황 부진이 내년에 소폭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돼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내년도 비제조업의 업황전망BSI는 79로 올해 실적(80)보다 1포인트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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