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충청권인 반기문을 의식
“반기문은 신의 없는 기회주의”
“문재인, 진보가치 못 내놔”
국민의당에도 “야합 말라”
야권 잠룡인 안희정 충남지사가 내달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귀국을 앞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근 대권도전 의향을 밝힌 반 총장을 향해 “정치에 기웃거리지 말라”고 공격한 데 이어, 28일 야권의 심장 광주에선 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를 견제했다. 그간 상대후보 비판을 자제했던 것과 달리 각을 세운 쓴 소리가 잦아진 모습이다.
전날부터 1박2일 일정으로 호남을 방문 중인 안 지사는 이날 광주시의회에서 “문 전 대표는 새로운 시대를 향한 진보의 가치를 속 시원하게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안 지사는 “문 전 대표가 진보와 김대중ㆍ노무현 정신을 가장 폭넓게 포용한다면 제가 이길 길이 없지만, 문 전 대표는 현재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당내 대통령후보 경선 방식에 대해선 “우리 모두 합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지지율에서 가장 앞서고 있는 문 전 대표가 모든 카드를 받아줘야만 정정당당한 경쟁이 될 수 있고 모두가 승복할 수 있다”고 문 전 대표를 압박했다.
안 지사는 페이스북에 ‘광주선언’이란 글을 올려 “일부 호남 정치인과 국민의당 분들이 얘기하는 제3지대 정계 개편을 반대한다”며 “그것은 문재인이 밉다고 1990년 3당 야합 같은 친노 고립구도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반기문 총장에게 추파를 던지는 것도, (새누리당) 비박계와 합쳐서 뭘 해보자 하는 것도, 그것이 호남의 정신과 무슨 관련이 있는 정치인가”라고 반문했다. 사실상 반 총장과 개혁보수신당 세력과의 연대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는 국민의당을 겨냥한 발언이다.
앞서 안 지사는 반 총장에 대해 “신의 없는 기회주의 정치와 인생은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가 될 수 없다”며 “국민 여러분 속지 마십시오”라고 주장했다. 반 총장이 자신의 유엔 사무총장 선출을 적극 지원해 준 노무현 대통령 서거 당시 조문조차 하지 않은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충청 대망론’을 둘러싸고 경쟁관계인 반 총장을 의식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내달 중순 귀국 이후 반 총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수록 안 지사도 반사이익을 함께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안 지사 측 관계자는 “반 총장에 대해선 원칙적으로 비판한 것이고 문 전 대표의경우 당내 경쟁자로서 가졌던 문제 의식을 드러낸 것”이라고 선을 긋고, “조만간 경제ㆍ안전ㆍ안보 등에 대한 정책 등을 통해 안 지사의 생각을 구체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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