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文의 국민성장론에 “창조경제와 비슷” 직격탄
최근 개헌 문제 등을 둘러싸고 공방전을 벌이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간 설전(舌戰)의 수위가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1년 전 삼고초려(三顧草廬) 끝에 손 잡았던 두 사람의 인연이 끝내 악연으로 변하는 양상이다. 야권에선 이들이 향후 대선 경선 과정에서 더 큰 충돌을 빚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김 전 대표는 28일 기자들과 만나 “당이란 곳은 다양한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곳”이라며 “내가 무슨 특별하게 이야기를 했다고 (문 전 대표가) 걱정을 한다고 하냐”며 문 전 대표에 대한 불쾌감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그는 특히 문 전 대표가 주창하는 ‘국민성장론’을 박근혜 대통령의 ‘창조경제’와 비슷하다고 전제한 뒤 “저 사람도 박 대통령이 창조경제로 경제민주화를 슬쩍 빼버렸던 것처럼 그런 스타일로 넘어가려고 하는 것 같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전날 벌어진 두 사람의 공방전이 이틀째 이어진 것이다. 김 전 대표는 전날 개헌토론회에서 “대통령이 되고 개헌하겠다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개헌에 유보적인 문 전 대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에 대해 문 전 대표도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근래 김종인 의원이 말씀하시는 걸 보면 우리 당의 입장과 다른 생각을 말씀하신다”며 “걱정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반격했다.
꼭 1년 전인 지난해 연말과는 180도 달라진 풍경이다.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민주연합 탈당과 비주류계의 동조 이탈로 야권 분열이 정점을 향해 치닫던 지난해 12월 28일, 문 전 대표는 당명을 더불어민주당으로 바꾸면서 김 전 대표 영입에 공을 들였다. 문 전 대표는 올 1월 14일 김 전 대표의 영입을 공식 발표하며 “삼고초려로 모셨다”는 표현까지 쓰며 그를 예우했다.
김 전 대표가 민주당을 이끌면서 당은 안정 궤도에 올랐지만, 역설적으로 이들의 균열은 그 때부터 시작됐다. 4ㆍ13 총선 직전 김 전 대표의 ‘비례대표 2번’ 논란에서부터 미묘한 감정의 골이 생겼고, 총선 승리 직후인 4월 22일 배석자 없이 진행된 회동에서 서로에 대한 불신을 거듭 확인하며 갈등의 골을 키웠다. 한동안 냉각기를 거쳤던 이들이 내년 대선 경쟁을 앞두고 본격적인 기세 싸움에 나선 것이다.
야권에선 김 전 대표가 반문재인 진영에 서서 반문 후보의 대권 길을 만드는 쪽으로 결심을 굳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들이 대표일 때 지도부 일원으로 활동했던 민주당의 한 의원은 “경선도 시작되기 전에 두 전 대표가 분열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민주당에 부정적 이미지만 남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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