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공판 과정 ‘소통’에 무게
특검팀과 친분·연고 있는
고위직 전관들도 접촉 중
삼성이 박영수(64) 특별검사팀에서 대기업 수사를 진두지휘하는 윤석열(56ㆍ사법연수원 23기) 수석 파견검사의 친구를 변호사로 선임했다. 삼성의 최순실(60ㆍ구속기소)씨 거액 지원을 뇌물로 보고 수사 중인 특검에 ‘맞춤형 변호인단’을 내세워 대응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삼성은 대형 법무법인 태평양의 문강배(56ㆍ16기) 변호사를 최근 선임했다. 검찰 수사에 대비해 검사 출신 전관(前官) 변호사를 선임하는 일은 흔하지만 문 변호사는 판사 출신이다. 그의 선임은 윤 검사와의 ‘소통’을 겨냥한 것 아니겠냐는 법조계 시선이 있다. 두 사람은 서울대 79학번 동기동창으로 대학시절부터 친분을 쌓았다. 문 변호사는 과거 언론에 윤 검사를 일컬어 “재학 중 활달했고 의리가 있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2000년 법복을 벗은 문 변호사는 2002년 윤 검사가 태평양에 몸담았을 때 함께 형사사건을 맡았었다.
문 변호사는 최순실 게이트 수사 특검보 후보 8명 명단에 들었다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5일 추린 4명 안에 들지 못했다. 이후 삼성 쪽 변호인이 됐다. 이를 두고 한 법조계 인사는 “변호사로서 비난할 일은 아니나, 공익을 위해 특검팀에 합류할 의사를 보였다가 불발됐다고 피의자인 대기업 쪽 방패가 되니 모양새가 이상한 건 감수해야 할 듯하다”고 언급했다. 문 변호사는 2008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BBK 사건’ 특검보를 맡은 경험도 있다.
삼성은 이밖에도 특검팀과 친분ㆍ연고가 있는 고위직 전관들을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5위권 로펌 관계자는 “삼성이 검사장 출신 변호사도 선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검찰 고위 간부 출신 서너명이 추가 선임된다는 얘기도 법조계에서 나온다.
삼성 관계자는 “특검에 대비해 누구를 선임하고 어떻게 변호인단을 꾸릴지는 중요한 방어 전략이라 언급할 수 없다. 검찰 수사 때도 변호사가 누군지 밝히지 않았다”며 말을 아꼈다. 그룹 법무팀은 실무를 맡고, 특검 맞춤형 전관들은 특검팀 관계자들과 조율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검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국민연금의 수상쩍은 찬성 의결에 문형표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이 개입했다고 보고 28일 그를 긴급체포하는 등 ‘삼성-최순실-박 대통령 커넥션(제3자 뇌물)’ 수사에 박차를 가하면서 삼성도 막강 방어막을 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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